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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플랫폼 '가치삽시다'…결국 커머스 기능 대거 뺀다
예산만 먹는 관제쇼핑몰 비판에 플랫폼 대개편
입력 : 2021-11-05 오전 6:14:15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50여억원이 투입됐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관제 쇼핑몰'이란 비판에 직면했던 소상공인 전용플랫폼 '가치삽시다'에서 결국 커머스 기능이 빠지게 된다. 지난 2년간 애플리케이션도 없이 운영돼온 이 플랫폼이 결국 일부 공적인 기능만 남긴 채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으로는 사실상 철수하는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센터는 내년 4월을 기점으로 삼고 '가치삽시다' 플랫폼의 개편 방안을 만들고 있다. 판매 영역은 해당 플랫폼에서는 대부분 빼고 민간에 연계하는 식으로 가고, 정책적 성격을 강화한다는 큰 틀을 세운 상태다.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업무협약을 맺은 오아시스마켓과 구독경제관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모바일 온누리상품관 등 공공적인 성격의 영역은 남기되, 판매 분야를 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가치삽시다' 플랫폼은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험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민간 플랫폼에 비해 낮은 판매 수수료를 적용해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확대를 도모한다는 게 플랫폼의 주요 목표였다.
 
다만 플랫폼이 출범한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앱 없이 웹사이트로만 운영되는 등 이용자 접근성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현재 각종 플랫폼들이 앱을 통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며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소비세대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가 모바일 상거래에 익숙하다는 점도 간과됐다.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플랫폼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성격이 아니라서 (앱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동행세일이나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별도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할인 판촉행사가 진행될 때 '반짝' 흥행하는 일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도 지난해에 이어 '기획전' 형태로 50% 할인쿠폰을 뿌리며 소상공인제품을 판매했다. 기획전이 시작된 1일 오후부터는 쌀, 고구마, 전복 등의 제품의 품절 사태가 계속해서 빚어지고 있다. 50% 할인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중기유통센터 예산으로 충당되는 식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기유통센터 할인행사는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는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플랫폼 구축 초기에 웹을 만든 뒤 순차적으로 (필요한 다른 구성요소들을)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치삽시다'의 추가 홍보방안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치삽시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저조한 실적으로 비판 받은바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가치삽시다' 사이트 구축과 운영에 소요된 예산은 55억원인데, 현재까지 총 매출 실적은 19억3600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가치삽시다'는 딜레마가 있다"면서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은 처음에는 잘되기 힘들다. 네이버와 같은 큰 회사들도 처음엔 적자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가치삽시다' 사이트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맞아 기획전을 통해 50% 할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가치삽시다 사이트 캡처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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