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유통 대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 공격에 나섰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등 닥공(닥치고 공격)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M&A, 유망 스타트업 지분 인수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했다.
신세계(004170)는 올해 M&A 시장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 초 SK텔레콤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를 시작으로 4월에는 이마트의 자회사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패션몰 W컨셉을, 6월엔 M&A 대어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였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까지 올해만 4조원 넘게 M&A에 투자했다.
이베이코리아, W컨셉 인수를 통해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야구단, 스타벅스 지분 추가 인수로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강화해 고객 접점을 넓힌 것이다. 신세계는 화성 국제테마파크에도 4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올해 투자 영역과 규모를 확대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설립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3개의 펀드를 결성하며 1056억원 규모를 운용중이다. 또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투자를 시작으로 올해는 글로벌 투자도 본격화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M&A에 적극 뛰어들며 ‘뉴롯데’를 그리고 있다. 지난 9월 롯데쇼핑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한샘 지분 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 2995억원을 출자했다.
롯데쇼핑(023530)은 홈 인테리어 업계 1위인 한샘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초반부터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12년 하이마트 인수 이후 유통업계 M&A에서 잠잠했던 롯데는 올해 초 다시 시장에 눈을 돌렸다. 지난 3월 중고나라를 인수하는 사모펀드에 SI로 300억원을 투자했고, 손에 넣지 못했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적극 참여한 바 있다.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서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아직까지 중고나라, 한샘과의 구체적인 협업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온라인 중고시장과 리빙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설립한 CVC 롯데벤처스(구 롯데액셀러레이터)을 설립해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를 진행해왔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과 아이디어를 찾으라”며 스타트업 투자를 강조했고, 롯데벤처스 설립 당시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을 사재로 출연하기도 했다.
롯데벤처스는 2018년 조성한 '롯데스타트업펀드1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3개의 펀드를 운용중이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엘캠프'는 2016년 시작해 11개 기수를 운영, 총 135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1조원이 넘는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참가 기업 13곳을 선정하기도 했다.
GS(078930)의 유통계열사들도 M&A로 시너지 확대에 나섰다. GS리테일은 지난 8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인수했고, 물류 스타트업 팀프레시에 SI로 참여했다.
유통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에 이어 요기요, 팀프레시 등 퀵커머스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기존 GS리테일이 보유한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점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지난 7월에는 IMM PE와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했다. 펫프렌즈는 앞서 GS홈쇼핑이 통합 전 50억원을 투자한 기업으로,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30%의 지분을 확보했다. 반려동물 산업은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는 분야로, GS리테일은 이전에도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CJ(001040)그룹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달 초 이재현 CJ 회장은 미래 성장을 위해 3년간 1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5조7000억원 이상을 M&A와 투자,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4조3000억원은 인재 확보와 인공지능(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새로운 영역과 영토 확장을 위해 혁신적 M&A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CJ는 4대 성장 엔진으로 꼽은 문화, 플랫폼, 웰니스, 지속가능성 분야에 투자할 계획으로, 향후 투자 역량을 이 분야에 집중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한 것도 웰니스 분야 강화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4대 성장 엔진은 ‘건강’, ‘즐거움’, ‘편리’라는 기업 가치의 연장선상에서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 방향을 의미한다”라며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초점이라는 사실을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 인수, 신규 투자 조치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