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독일차 브랜드들이 1억원이 넘는 럭셔리 전기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가격이나 성능 대비 주행거리가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특성상 겨울철 주행거리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차에서 쌓아온 독일차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BMW가 지난 23일 공개한 순수 전기차 'iX'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xDrive40 기준 313㎞다. 아우디의 첫 순수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와 스포트백 모델은 주행거리가 각각 307㎞, 304㎞에 불과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순수 전기차 '더 뉴 EQC'의 경우 309㎞, 포르쉐 '타이칸'도 251㎞에 그친다.
이들 모두 1억원을 훌쩍 넘는 차량들로 주행성능은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월등하지만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짧다. 같은 1억원대로 주행거리가 600㎞ 이상인 테슬라 '모델S'와 비교하면 차이가 상당하다. 국산 전기차인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
기아(000270) EV6, 제네시스 GV60도 400㎞대의 주행거리를 보여준다.
BMW 'iX'. 사진/BMW
아직 전기차는 이동수단의 기능이 브랜드 선호 보다 앞선다. 최대 주행거리는 가격과 함께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하는 요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독일차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전기차 개발을 늦게 시작해 완성도가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짧다"며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이 프리미엄 모델이 가진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독일차 브랜드들은 환경부 측정 기준이 유럽기준과 달라 주행거리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아우디 e-트론은 유럽기준 436㎞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는데 한국에선 307㎞로 줄었다. 벤츠 전기차 'EQA' 역시 유럽기준 426㎞지만 국내기준은 302㎞에 그쳤다.
유럽에선 2017년 9월부터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평균 시속 47㎞로 30분간 달린 결과로 순수 주행거리를 산출한다.
반면 환경부는 도심주행과 고속주행을 모두 반영하며 급가속, 에어컨·히터 사용, 저온 모드 등에서도 측정한다. 도심과 고속도로의 주행 비율을 각각 55%, 45%로 설정하고 측정된 값의 70%만 반영한다. 환경부 기준 주행거리가 WLTP 기준보다 짧게 나오게 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고가 전기차에 대한 기대와 달리 300㎞ 초반에 그친 주행거리는 소비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다.
국내 전기차 주행거리 기준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저온 주행 테스트에서 상온과 비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아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 지급 기준 중 기존 상온 1회 충전 주행거리의 65~70%로 수준으로 책정됐던 저온 1회 충전거리는 2022~2023년에는 65~75%, 2024년부터는 70~80%로 늘어날 전망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