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이될순 기자]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만한 공급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공시하지 않고 보도 형태로만 시장에 공개하는 상장사들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간 계약일 경우 의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인데, 계약의 불발 혹은 공급 규모 축소에 대해선 투자자들이 알 길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거래소도 ‘다수간 계약’에 대해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도 현재 규정상 ‘단일’ 계약만 의무 공시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SG(255220)는 아스콘·레미콘 제조기업 SG는 조달청과 약 600억원 규모의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하면서 주가가 10% 넘게 상승했다. 다수간 계약으로 공시는 하지 않았지만, 작년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굵직한 공급계약 소식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같은 사례는 다수다. 코스닥 기업 코퍼스코리아는 아마존과 44억원 규모, 매출액 대비 20%를 차지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시에선 제외됐다. 회사 측은 자회사의 계약으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코퍼스재팬은 코퍼스코리아의 100% 종속회다. 이외에 유가증권 시장의
일진전기(103590)도 미국 북동부 뉴일글랜드 지역 대형 전력청과의 공급계약, 중남미 건설장비 계약 등의 계약을 알렸다. 당시 주가는 일진전기는 6% 가량 상승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공시가 아닌 회사 측의 보도자료로만 시장에 공개했다는 점이다. 공급계약 규모가 매출액 대비 높지만 다수와의 공급계약이라는 점, 또는 자회사의 공급 계약이라는 부분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유가 및 코스닥 시장 규정 사항으로 최근 사업연도 매출 비중에 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할 때 의무로 공시하게 했다. 유가증권 시장은 5%, 대규모 법인(자산총액 2조이상)의 경우 2.5%가 기준 점이다. 코스닥의 기준은 매출액 대비 10%로 유가 보다 기준이 2배 이상이다. 다만 공시 규정상 판매상대방과의 계약은 '단일'이라는 전제 사항이 담겨 있다. 상장기업이 1개의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시에만 공시한다는 의미다. 기업공시는 상장 기업에게 증권 발행 및 유통과 관련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거래소는 규정상 매출액 비중 대비 공급계약을 의무화한 것도 회사의 재무와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도를 고려해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공급 계약 공시에는 허점이 있다.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한다면 매출 대비 비중이 아무리 높아도 공시 의무에서는 제외된다.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만한 사안이더라도 기업의 자율 공시에 맡긴다.
문제는 해당 공급계약이 불발되거나 계약 규모가 축소될 경우 투자자 측은 확인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직접 회사 측에 물어보지 않는 상 공급계약의 진행 여부는 회사 측만이 정보를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거래소 측도 회사 측이 계약 내용에 대해 공시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 시장에 알리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급계약 내용이 변경될 시 투자자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다만 현재 규정상에서는 단일 계약에 대해서만 공시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단일 공급계약 외에 다자간 계약에 대해선 공시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사진/신송희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