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일반인도 군 보급 전투화가 아닌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사제 전투화를 군복단속법상 '유사군복'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판매하려는 행위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취소돼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천지검이 내린 군복단속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하란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2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사제 전투화를 되팔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판매 글과 사진을 게재하는 등 유사군복을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한 혐의로 그해 6월28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해당 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판매하려고 했던 사제 전투화가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 군복단속법상의 군복이라고 오인할 정도로 형태, 색상, 구조 등이 극히 비슷한 물품으로서 군복단속법 2조 3호에서 정하는 '유사군복'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해당 전투화는 군 보급 전투화 제작사의 상표 부착 여부, 밑창 하단에 군용 표시와 국방부 표시 유무, 발목을 감싸는 부분의 소재, 접합 부위에 지퍼 사용 여부 등에서 현재 군에서 보급되는 전투화와 외관상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또 군용과 국방부 표시가 없는 점, 앞코 덧댐 길이가 비교적 짧은 점, 지퍼 흘러내림 방지 부분의 모양, 발등 좌우로 끈 구멍이 시작되는 부분 측면의 가죽과 직물의 접합 부분의 모양이 모두 상이한 점 등에서도 외관상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군복단속법상 '유사군복'의 의의를 확인하고, 나아가 군복 중 전투복 등과 같은 의상의 경우에는 군복 특유의 무늬가 원단에 사용됐는지 여부가 유사군복을 판단하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나, 전투화의 경우에는 군인복제령에서 정하는 전투화의 도형, 모양, 색상, 재질에 관한 규정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이므로 유사군복 해당 여부를 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11월 심판 사건 선고를 열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