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지탱해 왔던 주거복지센터와 청년주거상담센터가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한 가운데 전문가들이 공공이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주거권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등은 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무너지는 주거복지 전달체계’ 토론회를 가졌다.
서울시는 25개 주거복지센터 중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16개 센터의 민간위탁을 종료하고 SH공사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작년부터 운영해 온 청년주거상담센터도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청년월세지원상담센터나 주거복지종합센터에서 통합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존 민간과 공공의 거버넌스(협치)로 구축해 온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공공이 대체하는데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거취약계층애 대한 공공의 지원이 사각지대를 드러내면서 2007년 이후 민간에서 주거복지센터를 만들어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면서 사례를 발굴하고 직접 지원에 정책 개발까지 담당해 왔는데 이를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영국의 쉘터, 미국의 주거복지 프로그램, 일본의 거주지원협의회도 비영리 민간기관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으로 주거복지에 대처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오히려 민간과 공공이 협력적으로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이번 조치가 무너지는 주거복지 전달체계가 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민간도 다 할 수 없고 공공도 다 할 수 없고 역할을 분담해야지 서울시에서 하는 일방적인 방식은 절대 아니다”며 “아동 가구도 문제고, 청년 가구도 문제고 노인·장애인 등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공공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 공공이 다 하겠다는 발상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혜승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울시 얘기를 듣고 일방적으로 한꺼번에 아무런 고민 없이 바꾸는 이유가 뭔가”라며 “민간 센터는 단점도 있지만, 적극성이나 활동의 유연성이나 개척정신에서 장점이 있어 맞춤형으로 효과적으로 대응해 왔다. 공사들이 운영하면 관료적인 조직 때문에 직접 맞춤형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송아영 가천대 교수는 “SH의 주거복지센터는 4년차인데도 여전히 기초적인 교육을 해야하는 반복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민간 주거복지센터들이 지역사회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큰 역할을 수행한 노력에도 서울시의 위탁 철회는 서울시민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얘기했다.
최지희 청년주거상담센터장은 “청년 주거에 관해서도 전문성 역량을 쌓아온 사람들을 다시금 찾을 수밖에 없는데 왜 자꾸 분절적으로 제도를 만들었다 부쉈다 비효율을 낳는가”라며 “월세센터로 합친다지만 월세센터는 기존 5명이 2만7000명을 지원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고, SH 센터 통합해서 가능한 일인가라는 점에서 청년 주거 전달체계가 굉장히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무너지는 주거복지 전달체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