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전환사채(CB) 리픽싱 상향조정이 의무화되면서 상장사들의 CB발행이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12월 이후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한 CB발행을 결정한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CB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는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발행의 경우 기존 주가 대비 할인된 가격이 주식이 발행되는 만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기업이 돈을 못 벌고 있는 상황에서도 증자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발행된 CB는 총 29개로 나타났다. 일평균 2.2개의 CB가 발행된 셈으로 지난달 발행량(일평균 4.4개)의 절반에 머물렀다.
특히 이달 발행된 CB 중 12월 이후 이사회를 통해 CB발행을 결정한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3곳에 불과했으며, 이중 리픽싱 조항이 들어간 CB는 단 1개에 그쳤다. 당국의 CB 리픽싱 의무화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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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융감독원은 12월 발행되는 CB부터 리픽싱 상향이 의무화된다고 밝혔다. CB가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존 주주와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다만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 이후 CB 발행의 수량이 극히 적어진 데다 발행된 CB 대부분에서 리픽싱 조항이 사라졌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CB 발행의 경우 기업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라며 “대부분의 CB가 금리 0~3% 사이로 발행되는데, 리픽싱 조항이 빠지면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져 투자자를 모집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CB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유상증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공시된 상장사들의 유증 횟수는 총 45회로 전년 동기(25회) 대비 80% 증가했다.
상장사들이 CB발행 대신 유증을 늘리고 있지만, 맹점도 있다. 유증의 경우 채권과 달리 즉시 자본금으로 인식되는 만큼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투자자들이 알아보기 힘들 수 있다. 기업의 건전성을 살피는 주요지표 중 자본금과 기업의 채무를 비교한 부채비율이 있는데, 증자를 통해 기업이 자본금을 조달할 경우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CB는 주가가 하락할 때 전환가액이 낮아지지만, 유증의 경우 기존 주가 대비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발행하는 만큼 유증으로 주가가 하락할 우려도 높다. 유증은 기존 주가 대비 10~30% 낮은 가격에 발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할인 폭이 클 경우 차익 시현을 위한 매물이 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 이내일 경우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다”며 “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유상증자를 통해 보충할 수 있는 만큼 증자를 진행하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