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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논란', 문화·예술 대중화의 계기 되길"
'쥴리벽화' 논란 중심에 선 김민호 굿플레이어 대표
입력 : 2021-12-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문화·예술이 대중화 되길 바라지만 항상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
 
지난 7월 '쥴리 벽화'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문화·예술 매니지먼트 굿플레이어의 김민호 대표가 자신이 추구하는 문화·예술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미술 작품을 멀리하지 않고 대중화가 되기를 원했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문화·예술 작가들이 자신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건희씨를 겨냥한 '쥴리 벽화'가 그려져 관심의 대상이 됐다. 쥴리벽화가 논란이 되자 건물주는 벽화를 흰 페인트로 지웠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곳은 지난달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가 '손바닥 王자' '개 사과' 전두환 옹호' 등 윤 후보를 둘러 싼 논란을 벽화로 표현해 다시 논란이 됐다.
 
끊임없이 논란이 일었던 이곳은 김 대표가 내년 6월까지 월 30만원을 건물주에게 지불해 이용하기로 했다. 이 외벽을 문화·예술 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다.
 
김 대표는 "쥴리벽화 논란 이후 벽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아트배틀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벽화를 대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에 닌볼트 작가에게 탱크시 작가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벽화배틀'이 성사됐다. 탱크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배우 김부선씨, 은수미 성남시장 등을 그린 벽화를 그렸다. 김부선씨는 이곳을 직접 찾아 벽화를 사인펜으로 칠해버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벽화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적으로 이용할 구상도 하고 있다. 그는 "전국 구도심 등 죽은 상권이 있는 곳에 벽화를 만들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컨텐츠로 발전시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화·예술 매니지먼트 굿플레이어 김민호 대표가 지난 13일 '쥴리 벽화'로 논란이 된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에 서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이 벽화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갑자기 큰 관심을 받아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언론에서 많이 다뤄서 당황스러웠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처음에는 정치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초반 빼고는 없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아트배틀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면서 마무리됐다. 이제는 '현대미술에도 이런 사조가 있구나'라는 것을 알리게 돼 나름 흐뭇하다.
 
작가들과는 이번 벽화에 자신들의 정치적인 견해를 보였기 때문에,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근심 섞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건물 외벽 임대'가 흔한 사례는 아니다. 건물주의 반응은 어땠나.
 
건물주가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거나, 임대료를 받고 보증금을 받는 자연스러운 일은 겪어 봤겠지만, 건물 외벽을 빌린다는 일은 없던 일이기 때문에 많이 당황해하셨다.
 
건물주에게 이 벽을 통해서 아트배틀을 해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미술 작가들을 알리는 방법으로 사용해보겠다고 자초지종 설명을 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 벽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벽처럼 돼서 문화·예술도 알리고 지역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계획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건물주분이 수긍을 해주시고 내년 6월까지 빌리게 됐다.
 
의도한 대로 아트배틀이 시작됐다. 작가 섭외는 어떻게 했나.
 
의도는 아니지만, 기존에 쥴리 벽화가 있었기 때문에 작가들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두려워해 작가들의 지원이 없었다. 그러다가 닌볼트 작가가 용기를 내서 시작됐고, 탱크시 작가가 도전했다.
 
이후 작가 섭외는 전보다 더 수월하리라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기도 했다. 문화·예술 중에 가장 가까운 게 음악인데, 인디밴드 등 음악을 하는 작가들과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아직도 작가들이 이 외벽을 정치적인 벽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문화·예술이 한쪽의 정치적인 성향으로 편중돼 보이기 때문에 아직 많이 꺼리는 것 같다.
 
어쨌든 작가 섭외는 계속 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조금 있으면 연말연시이고, 추워지면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 작가 섭외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의도치 않게 정치 풍자 관련 아트배틀이 진행됐는데, 다른 아트배틀을 기획 중인 게 있나.
 
이 벽을 가지고 작가를 알리고 기억이나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내 소관이다. 하지만 작품은 작가의 소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작가가 알아서 할 거다.
 
현재 사회 문제를 다루는 캠페인을 하고 싶어 하는 문화 기획자가 있다. 사회문제를 조금 부드럽게 하면서도 깊이 있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자살 방지, 자존감 하락 문제 등 MZ세대들과 관련된 문제를 기획 중이다.
 
아트배틀을 큰 틀에서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다. 사회문제나 정치 문제는 사람의 삶과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취업, 결혼 등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작가들이 처한 어려움도 빼놓을 수 없다. 아트배틀을 통해 현재 작가들이 처한 어려움을 같이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실제 청년 작가들은 작품도 만들어야 하고, 수입도 있어야 자기를 홍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어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
 
'벽화 프로젝트 전국 확대'라는 구체적 플랜은 나왔나.
 
관철동을 포함해 종로 쪽은 땅을 파면 문화재, 유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개발이 쉽지가 않아 상권이 죽은 지 오래됐다. 이런 곳들이 전국에 많을 것이다.
 
전국에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가 부동산 측면에서 보면 건물의 기여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MZ세대들은 자기가 이곳을 왔다는 의미로 사진을 찍고 그것으로 증명한다. 만일 관철동에 많은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찾을만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실제 상권이 죽어있는 지역들을 보면 대부분이 특별한 콘텐츠가 없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전국적으로 벽화 프로젝트를 활성화해 저소득층 원주민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번 벽화 논란에 대해서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봐 주길 원하나.
 
현대미술이 밖에 있던 것들이 전시장으로 들어가고 전시장에 있던 것들이 밖으로 나오는 추세가 있다. 이미 이런 사조들을 해외에서는 겪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용기 있게 지원해 자신들을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미술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을 한다. 시민들은 미술관을 간다거나, 미술 작품을 보고 판단하기 어려워해 문화·예술을 멀리하게 된다. 이번 벽화 논란을 토대로 문화·예술이 일반 대중에게 파고들기를 원했고 앞으로 문화·예술이 대중화가 되기를 원한다.
 
저희가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다. 시민들이 앞으로 더 한국의 대중문화 특히 문화·예술 쪽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한다. 작가들이 쉽게 문화·예술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한국에는 우수한 청년 작가들이 많다. K-팝, K-드라마 등이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청년 문화·예술 작가들의 작품도 해외에서 많은 팬덤을 보유하는 계기가 되도록 많은 관심 가지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지난 13일 김민호 굿플레이어 대표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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