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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 재현 우려
팬데믹 이후 임금과 물가 간 상관계수 크게 상승
입력 : 2022-01-0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미국의 높은 임금 및 물가 오름세 지속이 과거 1980년 전후 미국서 발생했던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임금과 물가 간 상관계수가 크게 높아지면서, 올해 금리 인상을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적기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간한 '세계경제 포커스-미국 노동시장의 최근 특징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공급병목 완화, 고용회복 지속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되다가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서비스 소비 회복이 다소 지연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취업자 수 증가세와 실업률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높은 퇴직률, 경제활동 참여 지연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임금·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노동 시장은 수요의 경우 전 산업에 걸쳐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이 고용 회복 속도를 결정하는 구직자 우위 장의 특성을 보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을 보였다.
 
먼저 과거 금융 위기에 비해 금번 팬데믹 충격이 즉각적으로 큰 폭의 경기 하락과 고용 감소를 초래했지만 이후 회복 속도 역시 금융위기보다 더 빨랐다는 점이다. 다만 팬데믹 초기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다가 노동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회복 속도는 점차 완만해지는 추세다.
 
자발적 퇴직이 급증하는 점도 눈에 띈다. 노동 공급 측면에서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자발적 퇴직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 같은 현상은 '조기 은퇴', '더 나은 직업·직장'을 찾기 위한 퇴직 등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빠른 노동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구직 기간 연장, 재취업 교육 확대 등으로 노동시장 재진입이 지연되면서 구인난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최근 퇴직 급증과 이에 따른 노동 공급 차질은 감염병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데다 가계 저축이 높은 수준인 점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육아부담이 축소되고 이민 노동자가 증가하는 등 감염병 상황이 진정되면 누증된 저축이 소진되면서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용회복 수준에 비해 높은 임금 상승률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취업자 수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음에도 불구, 최근 임금 상승률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임금 상승률 확대가 취업자 수 회복 이후 상당 기간 후행한 것과 대비되는 현상으로, 최근 임금 상승세가 급격한 경기회복과 노동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발생함에 따라 노동시장에 유휴인력이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최근 미국 임금·물가 상승세는 과거에 비해 그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산업과 품목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최근 양 지표의 높은 상승세가 공통요소 확대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임금 중 공통 요소와 물가 중 공통 요소 간의 상관계수도 팬데믹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한은 분석이다.
 
임금·물가 상승률의 공통 요소 간 상관계수는 2008년 7월~2020년 2월 0.48 이었는데 반해 지난해 1~10월 0.7로 집계됐다. 이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임금 상승이 물가 인상으로 한 단계 이어질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며 "이 경우 미국 경제에서 물가에 대한 관심이 지난해와 달리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 요금 상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대응과 이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정도, 감염병 상황 등에 따른 공급망과 노동수급 불균형의 개선 속도에 따라 향후 임금과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9일 발간한 '세계경제 포커스-미국 노동시장의 최근 특징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공급병목 완화, 고용회복 지속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되다가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서비스 소비 회복이 다소 지연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 성조기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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