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신격호 회장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별세한 가운데 신준호 회장이 사임하며 범 롯데가(家)의 1세대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신 회장은 1941년생으로, 고령의 나이를 고려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는 설명이다.
신준호 회장은 한때 롯데그룹 운영본부에서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1996년 서울 양평동의 롯데제과 부지를 놓고 신 명예회장과 법정 소송을 치르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신준호 회장은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한 롯데우유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롯데측의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으로 2009년 롯데우유는 사명을 푸르밀로 변경했다.
푸르밀은 공동 대표였던 신 회장의 아들 신동환 사장이 단독 대표체제로 이끌게 된다. 1970년생인 신 사장은 1998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롯데우유 이사직을 거쳐 2016년 2월 푸르밀 부사장에 올랐다. 2018년에는 사장으로 승진, 아버지 신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체제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푸르밀 관계자는 "신 회장은 고령으로 지난해 말 대표직을 사임했고, 기존 업무는 신동환 사장에게 일임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범 롯데가의 1세 경영도 막을 내렸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 2020년 타계했고, 2남인 신철호 전 롯데 사장은 1999년 작고했다. 셋째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별세했고, 넷째 신준호 회장의 사임으로 1세대가 모두 퇴진, 2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됐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2017년 총괄회장직을 사퇴하며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쥐었다. 일본 롯데상사, 롯데케미칼(구 호남석유화학)을 거쳐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부회장을 역임한 신동빈 회장은 인적 쇄신과 신사업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신사업 추진을 위한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고,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를 강조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 신동원 회장도 경영권을 물려 받았다. 1979년 농심에 입사해 2010년 농심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신동원 회장은 지난해 아버지의 별세 후 부회장에서 회장직에 취임했다. 신동원 회장은 취임 당시 '인생을 맛있게, 농심'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겠다고 공언, 고객 가치경영 실현을 강조한 바 있다.
푸르밀은 단독 대표가 된 신동환 사장이 경영을 이어간다. 신 사장은 유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사장에 취임했지만 3년째 지속된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푸르밀의 2020년 매출은 1878억원, 영업손실은 113억원으로 해마다 적자 규모가 커져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