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억원이 넘는 역대급 횡령 사건이 터진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혐의자인 직원 이모씨는 최초 진술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윗선에 대한 정체에 대해 사람들은 최규옥 회장을 지목했고, 최 회장의 과거 횡령 사실 등이 재차 소환됐다. 회사 자본금의 100%가 넘는 대규모 횡령을 재무팀의 직원 한명이 단독으로 진행했다고 보기엔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최 회장의 주홍글씨가 직원의 횡령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셈이다.
주홍글씨를 지우고 '돈'만 보면 과연 최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까 하는 데에는 의문점이 많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 정지 직전까지 시가총액이 2조386억원이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최대주주인 최 회장의 지분율은 20.61%다. 지분율로 단순 계산했을때 4200억원 가량이 최 회장의 지분 가치가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돈이다. 이번 횡령 금액의 두배에 가깝다. 다른 최 회장의 개인 자산을 배제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가치만 놓고 봤을때 이정도 금액이다. 때문에 가정법이 성립한다. 만약 이번 사건이 최 회장의 지시로 인한 횡령건으로 밝혀진다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 폐지가 유력시 된다. 여기에 과거 전력까지 부각되면서 회사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하다. 회사의 가치가 한순간 휴지조각이 될 수 있었다. 4200억원이 허공에 날아가는 그림이 뻔한데, 본인이 가진 모든 재산을 걸고 2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해서 한다는 짓이 고작 다른 회사의 주식 투자로 한탕을 노린 것이라면 설득력이 있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이모씨는 최후 진술에서 본인의 최초 진술을 번복하고 단독범행이라고 자백한 상태다. 경찰은 이모씨가 횡령금을 이용해 금괴 855개 685억원, 부동산 및 리조트 회원권 80억원, 주식투자 손실액 761억원, 증권계좌 잔액 252억원, 부동산 근저당 채무 상환 30억원, 현금 4억3000만원 등으로 용처를 밝혀냈다. 한 투자운용업계의 관계자는 "최 회장은 기천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사 뿐만 아니라 다른 상장회사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만약 대규모 횡령을 자신이 지시했다면 본인이 가진 전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인데, 횡령한 돈보다 훨씬 큰 부를 이룬 사람이 이런 식으로 아마추어적인 행동을 했을까 묻는다면 자본시장업계 종사자로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까지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최 회장의 주홍글씨를 기반으로 한 해석은 오히려 현재 진실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주홍글씨를 지우고 객관적인 진실에 좀더 다가가길 바란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문제는 회사 내부의 회계감시 제도의 미작동일 뿐이다. 코스닥 시총 20위권, 시총 2조원대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 힘들지만 그것 역시 우리 시장의 문제라면 개선하고 고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는게 최우선이다.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한 기업인이 일군 성과를 폄하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직원 한명의 전횡으로 인해 수만명의 투자자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사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의 발빠른 조치로 하루 빨리 거래 정상화와 죄를 지은 사람에겐 강력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대규모 횡령 사건이 일어나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