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별 복지정책처럼 자동차도 완성차 업계가 새 차를 팔았으면 중고차부터 폐차까지 관리를 해야 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됐다. 이후 2019년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됐다. 중고차 업체들이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추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입에는 법적 제한이 없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정치권 중재 등을 거치면서 결정이 미뤄져 왔다. 결국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는 최근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지만 중고차 업계는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하며 여전히 양측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3일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또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정도 오는 3월로 연기했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지난해 12월 중기부에 대해 감사원 국민감사를 신청하기 위해 청구인 300명을 모집하며 중고차 시장 개방에 대한 결론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완성차 업계가 들어오면 중고차 시장이 투명해지고 규모가 커진다"며 시장 개방을 촉구했다. 사진/황준익 기자
중기부가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 내렸는데.
중기부의 중소기업 보호 기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다. 중고차 시장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개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셈법의 논리로 대기업이 들오면 중소기업 손해보고 보호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시장 기능에 의해서 중소기업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측면들을 고려해야 한다. 중고차 업계를 중소기업으로 보호하면 결국 시장만 안 좋아지고 소비자 피해만 커지는 우를 범할 것이다. 만약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인증 중고차 사업하는 수입차업체들은 물론 중고차 관련 상장 기업들도 영업 못한다. 신차 시장 2배에 육박하는 중고차 시장을 매매 업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동안 중고차 업계가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속는 줄 알면서도 제대로 된 중고차를 사러 갈 때가 없어서 사는 거다.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중고차 전문가가 비전문가인 소비자를 상대로 팔면서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가 중요하다. 차가 잘 못되면 새 차로도 바꿔줘야 한다. 지금은 팔면 끝이다. 일본은 중고차를 팔고 문제가 있으면 10배를 보상해준다. 우리나라는 중고차 제도가 잘돼 있는데 소비자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규제를 할 게 아니라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
중고차 시장 개방으로 얻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
소비자 피해가 준다. 만약 현대차가 사고차를 팔았다고 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판매하는 사람과 싸우지 못해도 현대차하고는 싸운다. 물론 중고차 가격이 인상될 소지는 있지만 반대로 차를 팔 때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또 지금은 침수차 등 문제 있는 차를 파는 방법이 있었지만 앞으론 투명해질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좋아지고 중고차 수요 늘어나 시장 커지게 된다. 중고차 업계에서도 개방을 통해 시장 정화돼서 안 좋은 소리 안 듣고 사업다운 사업을 해보자는 의견이 많다.
완성차 업계에 기대하는 점은.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정책을 통해 국민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데 완성차 업계도 이렇게 해야 한다. 보증 수리가 끝난 중고차도 있고 중고차를 팔 때 제 가격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차를 팔았으면 중고차부터 폐차까지 또 다음 차는 어떻게 할지 등 생애주기별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
중고차 가격 인상 우려에 대한 생각은.
시장 개방하면 소비자한테 맡기자 이거다. 비싸더라도 피해 구제 확실하고 A/S 받을 수 있으면 산다. 반대로 자동차에 지식이 있거나 저렴한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을 안고 매매 업자를 통해 사고 싶은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인정받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중고차 시장이 정화될 것이다. 소비자 선택이 중요하다. 낮은 연식과 짧은 주행거리의 중고차를 완성차 업계가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자신의 차를 무조건 현대차에 팔겠다는 소비자가 어디 있나. 비교 견적 내보고 돈 더 준다는 데 판다.
중고차 시장이 개방된 이후 계획은.
중고차 시장이 개방되면 검증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중고차 관련 피해 구제를 위해 소비자 피해 사례도 모아 공개할 예정이다. 대기업이라고 잘하고 기존 중고차 업계가 못하라는 법 없다. 중고차 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정화되지 못한다. 중고차를 못 믿어서 새 차 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