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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년 넘게 근무한 파견직, 기간제 고용은 위법"
"파견직 근로자 보호 의무 위반…정규직·무기한직으로 고용해야"
입력 : 2022-02-04 오후 5:30:0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업주가 근무기간 2년이 넘은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 아닌 기간제 직원으로 고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고용 형태를 대법원이 직접 판단한 것인 이번이 처음이다. 파견근로자 직접고용 형태를 정하지 않은 법의 공백상태를 이용한 일부 업주들의 꼼수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파견근로자 A씨가 TJB대전방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지난달 27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개정된 파견법은 6조의2 1항에서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함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는 직접고용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근로계약 중 기간을 정한 부분은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파견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해 무효"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면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파견근로자가 직접고용 대신 기간제 근로계약을 희망한 경우 △사용사업자 고용 근로자 중 파견근로자와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 중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기간제 근로자인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다. 다만 이런 경우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사업주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고를 2년을 초과한 기간 동안 파견근로자로 사용한 피고로서는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원고를 직접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원고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했어야 했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심리하지 않은 채 원·피고간 기간제 근로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06년부터 2010년 6월까지 대전방송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해오던 중 2010년 7월부터는 근로자파견회사와 총 6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2014년까지 대전방송에 파견돼 방송운행 요원으로 일했다. 파견회사와의 근로계약 기간은 한번을 빼고는 모두 1년씩이었다. 
 
그러다가 파견근로 4년째인 2014년 7월 대전방송과 2년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었는데, 이 기간이 끝나자 대전방송은 약정한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됐다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파견법 상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직접 고용할 것만 명시하고 고용 형태를 정규직으로 할 지 기간제로 할 지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전방송은 2년짜리 계약 전 4년간의 근로계약을 각 1년씩 쪼개 체결했다. 그 결과 A씨의 근로기간은 회사가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하는 2년을 넘지 않게됐다. 사실상 부당해고였다. A씨가 대전방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피고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합리적 사유가 있었다기 보다 기간제법 시행으로 피고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원고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파견법과 기간제법이 추고하자는 고용안정에 정면으로 반해 무효"라고 판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원·피고간 근로계약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됐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은 계약기간 만료로 자동 해지된다'라는 명시적 규정이 있는 반면,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은 전혀 없어서 원고로서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여지가 없었다"면서 대전방송의 주장을 인용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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