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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계좌번호 물어만 봐도 처벌…헌재 "금융실명법 조항 위헌"
입력 : 2022-02-24 오후 3:58:3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금융사 직원에게 타인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하도록 정한 금융실명법 4조 1항 본문 부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4일 서울중앙지법이 "누구든지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 금융실명법 4조 1항 본문 부분에 대한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며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재판부는 "심판대상 조항은 금융거래정보 유출을 막음으로써 금융거래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정보제공요구의 사유나 경위·정보의 내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지한 다음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어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심판대상조항은 금융거래정보 제공요구행위 자체만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제공요구행위에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위가 수반되지 않거나,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행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거래의 역할이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 비밀을 보장할 필요성은 인정되나, 금융거래는 금융기관을 매개로 하여서만 가능하다"며 "타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누설한 금융기관과 그 종사자에 대해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도 금융거래의 비밀은 보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금융실명제의 실시와 관련한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이 공익은 타인의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제공을 자유롭게 요구할 수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 인한 사익보다 크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A씨는 은행직원에게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모 은행 계좌번호 제공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됐다.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A씨는 형사처벌의 근거 조항인 금융실명법 4조 1항 본문이 행동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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