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숨은 독립운동가들 막는 사회적 장벽 아쉬워"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 이종걸 회장 인터뷰
입력 : 2022-02-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어려움에 빠져 한없이 침체할 때마다 독립운동가이신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러면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묘한 자부심이 나를 일으켜세웠다."
 
이종걸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회장은 지난 2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의 삶'은 자부심과 부채감이 교차하는 삶이었다고 회고했다. 독립운동가가 있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자부심과, 독립운동가 집안에 대한 사회의 기대감이 개인의 삶에 투영되지 못 할 때의 괴리감 때문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문의 재산을 헌납해 조국의 독립에 앞장 선 우당 이회영 선생이다.
 
이 회장은 "내게 있어 할아버지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건국자와 같은 느낌"이라면서도 "자부심이 없을 행동을 할 때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이래도 될까, 하는 죄의식도 컸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17일 오후 서울 중구 상동교회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순국 84주기 추모식 및 우당장학금 수여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유족대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는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뵌 적이 없다. 이 회장의 아버지 또한, 그의 아버지인 우당 선생을 뵌 적이 없다고 한다. 우당 선생이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힘쓰는 동안 우당 선생의 부인이자 이 회장의 할머니는 이 회장의 아버지를 배 속에 품고 조선으로 넘어왔다.
 
이 회장은 "우리 아버지는 한 번도 뵙지 못 한 할아버지를 늘 그리워하며 사셨다"며 "할아버지가 중국 대련(여순 감옥)에서 돌아가시고 몇 년 뒤 아버지의 형은 서대문 형무소에 잡혀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자신의 형이 재판을 받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을 때까지 용수(죄수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머리에 씌우는 둥근 통 같은 기구)를 쓴 모습을 기억하셨다"며 "형의 얼굴도 보지 못 하는 참담함을 유년시절에 안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듣고 자랐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숨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눈에 띄는 업적을 세우지 않아도, 항일 정신을 표출하다 죽임을 당한 조상들도 모두 독립운동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들을 발굴하기에는 오랜 세월 동안 사회적인 장벽이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징병·징용은 물론 항의하다가 일제 순사에 잡혀가 반복적인 고문을 당하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모두 독립운동가"라며 "아마 때린 순사의 후손들이 어쩌면 이 역사를 복원해야 하는 자리에 앉아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때 당시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역사가 사라지거나 상실돼, 일본인이 본 눈으로 역사를 볼 수 밖에 없었다"며 "또는 일본에 굴종한 한인의 눈으로 우리 역사가 잠시 기술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즉, 강점기 때의 왜곡된 역사 등 많은 것들이 결부된 것도 진정한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데 한계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이인직이라는 사람이 쓴 '혈의누'라고 하는 책이 우리 근대 문학의 효시라고 하는데, 그는 이완용의 비서였다"라며 "이인직이나 이완용이나 그 당시 우리 역사의 주체가 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는데 그 때 당시에는 강력한 역사의 주체였고, 그 사람들의 눈으로 역사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에게 회자되고 읽히면서 비로소 혈의누는 우리 근대 문학에 편입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게 50~60년이나 지나서 알려졌다"며 "역사 교육·역사 의식·역사 기술·역사관 등이 모두 무너진 상태에서 복원과 후퇴가 반복되고 있기에 바른 역사관을 세우는 것에 대해 후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는 우당 선생이 순국한 지 90주년이 된 해다. 지난해 남산에 재단장한 우당회영기념관에서는 일본을 궤멸한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할아버지와 그의 5형제의 큰 업적 중 하나는 무장 투쟁을 하는 신흥무관학교의 설립에 기여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를 더 알 수 있도록 선양하겠다"고 다짐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