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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입력 : 2022-03-02 오전 6:00:00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특히, 과거 민주화 항쟁을 역설하던 그 시대엔 운동권의 구호로도 쓰이기도 했다. 군부 독재에 대항하는 정의 구현의 다른 말로 해석되서다. 이성과 감성, 냉정과 열정, 정의와 불의 사이의 어느 경계에서 늘 줄타기를 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을 강조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주식의 바닥에선 냉정과 이성이 지배한다. 냉정한 이성적 판단이 투자의 본질이자 기본으로 강조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가슴을 버리고 냉정해야지만 잃지 않는다고 믿는다. 인간 본성, 측은지심은 배부른 감성팔이에 그칠 뿐이라는 게 자본시장의 논리다. 주식시장은 이렇게 냉혹하다.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 선언했다. 그의 선전포고 소식에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특별 군사작선 수행을 선언했고, 곧바로 침공을 개시했다. 급락하는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세계대전으로의 확전을 우려하며 투매 양상을 보였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동일하게 움직였다. 투자자들은 군사 강대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과거 냉전 체제로 회귀하는 신호탄, 세계 제3차 대전이 발발하는 그림으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러시아의 침공과 동시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군사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의 빠른 항복만이 주식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전쟁 시나리오가 펼쳐지며 12시간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를 점령하고, 항복을 받아낼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을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만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아낼 것이란 '희망회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우크라이나 국민,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전쟁의 양상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독려했다. 신혼부부부터 80대 노인까지 우크라이나 국민의 입대 행렬도 이어지면서 전쟁은 장기화 국면을 띄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점령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러시아 군대의 더딘 진군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 의지에 가로막혀 있다.  
 
직접 총을 차고 전선에서 국민들과 함께 의지를 다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국민의 모습에 전세계인은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다. 세계인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우크라이나가 자극한 것이다.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나토의 직접 개입과 미국의 불참전 선언 등으로 확전까진 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주식시장도 안정을 찾고 있다. 서방의 자유진영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수물자를 지원하며 돕고 있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지난 26일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를 선언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 금융기관이 결제 주문을 주고받는 전산망에서 배제하면서 사실상 러시아의 돈줄을 막겠다는 의미다.
 
가슴없이 머리로만 판단한 빠른 전쟁 종식, 즉 우크라이나의 항복만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 판단했던 호사가들은 틀린 셈이다. 명분 없는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협을 가한 푸틴에 경고한다. 가해자는 러시아이고, 피해자는 우크라이나이다. 과거 일제 치하에서 식민지 경험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 돈 보다 중요한 건 인간의 목숨이다. 목숨을 담보로 진행되는 전쟁을 일으킨 '전범'에 대한 평가가 냉정해야 하는 이유다. 냉정한 주식 시장의 중심에 '인본(人本)'이 있길 바란다.
 
최성남 증권팀장
 
  
 
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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