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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ETF로 벌이는 벼랑끝 단타
언제 상폐될지 모르는데 2배 주고 사 ‘초초초고위험’
입력 : 2022-03-07 오전 4: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로 벼랑끝 투자를 벌이고 있다. 언제 퇴출될지도 모르는 종목을 실제 가치보다 2배 이상 주고 거래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투기적인 매매이므로 지켜만 보는 것이 좋겠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 종목은 오늘부터 거래가 정지된다. 
 
이 종목은 ‘MSCI 러시아 25% Capped Index’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국지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ETF의 가치가 거의 0이 될 처지에 놓이자 한국거래소가 일단 주식거래를 중단시킨 것이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져 450만주를 하한가에 던졌지만 6일 체결된 수량은 그중 일부에 그쳤다. 
 
그런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 ETF를 찾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국내 투자자 뿐 아니라 전 세계 단타꾼들이 몰리는 분위기다.   
 
현재 러시아 주식시장은 거래를 멈춘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들의 주식예탁증서(DR)는 거래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증시의 러시아 ETF들은 이 DR을 편입해 러시아 증시를 추종하고 있다.  
 
DR은 기업이 다른 나라 예탁기관에서 발행한 증권으로 언제든 해당 주식과 바꿀 수 있어 주식과 다름없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등에서 발행한 DR도 유통되고 있다. 
 
일단 이 종목들이 당면한 과제는 상장폐지 위험이다. 미국에서는 지수 추종 ETF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주식병합을 진행한다. 10달러에 100주 보유한 주식이 1달러로 하락하면 100주를 10주로 병합해 10달러로 거래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신 주식 수가 줄어 거래가 불편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주를 추가로 상장시켜 원활한 거래를 돕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미국 운용사 디렉시온(Direxion)은 러시아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RUSL(Direxion Daily Russia Bull 2X Shares)을 상장폐지한다고 공지했다. 서방세계의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 투자에 제약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레버리지 상품이다 보니 추가 부담 우려도 있어 빠르게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레버리지가 아닌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러시아 ETF인 RSX나 ERUS를 퇴출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ERUS는 주식을 추가로 상장시키지 않겠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ERUS의 주식수는 1375만주, 현재가는 8.60달러로 시가총액은 1억182만달러다. RSX의 주가는 5.65달러로 더 낮지만 주식이 9590만주로 많아 시총은 5억4183만달러에 이른다.  
 
상장폐지 위험이 덜하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으니 DR 가격도 똑같이 추락하는 게 맞다. 천연가스 공룡기업 가즈프롬의 주가는 94% 폭락한 상태다. 다른 주식들도 대부분 10분의 1, 20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그런데 RSX 주가는 5분의 1토막에 그쳤다. 물론 이 정도도 폭락이지만 투자자들의 매수 덕분에 주가가 실제 가치(NAV)보다 덜 하락한 것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러시아의 주가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인데 그렇다고 해서 실제 전망이 밝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만약 이 상태에서 상장폐지가 진행된다면 마지막 환급금은 주가가 아니라 NAV만큼 돌려주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실 외에도 추가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RSX 등의 주가는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를 오갈 정도다. 3일엔 7.79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7.86달러까지 오른 후 장중 5달러로 추락했다. 고점에서 저점까지 36.35% 추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50분도 되지 않았다. 큰 파도에 올라타겠다며 몰려든 많은 투자자들이 바위에 내리꽂히는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지난 일주일간 이들의 주가 차트는 급락으로 시작해 반등하다가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러시아 ETF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도 지금은 출렁이는 주가보다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서방세계와 러시아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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