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산업 분야 공약으로 반도체와 방산업계가 반색하는 반면 전기차 등 일부 업계는 공약의 현실성을 두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산업 활성화 공약으로 규제 완화나 사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은 수혜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종은 규제 강화나 소비자 편익 축소의 방향으로 공약이 이행될 수 있어서다.
10일 국민의힘과 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초강대국'을 이룩하겠다는 목표 아래 각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비대면 경제 확산,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이른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다. 특히 미국의 투자 유치 강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유럽·일본·대만 등 경쟁국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면서 경제 안보 차원으로 접근하는 등 글로벌 패권 경쟁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R&D·시설 투자 세제공제 확대…10만 인력 양성
우선 윤 당선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자를 유지하고, 파운드리 분야에서 선도국을 추월하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차, 인공지능(AI), 6G 이동통신, 로봇, IoT 가전 등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또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공제를 확대하고, 전력과 농업용수 등 인프라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등 실효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협력 모델을 통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도 단행한다.
반도체·컴퓨터공학과 학생과 교수 정원을 기존 정원과 별도로 지정해 늘리고, 석·박사급을 확충하는 등 반도체와 지원 기술 인력 10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졸업생을 포함한 반도체 비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전환을 위한 교육도 제공한다.
윤 당선자는 우리나라 교역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운 산업의 성장을 위한 공약도 냈다. 현재 해운 산업은 국내 수출입 물량 99.7%의 운송을 담당한다.
이와 관련해 부정기 화주를 포함하고, 인증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우수 선화주 인증제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저탄소 배출 친환경 선박의 생산과 수주를 확대하고, R&D도 지원한다.
선진국형 해양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해중생태공원, 해양수변공원, 해상아쿠아리움 등 '블루투어리즘'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이슈로 국방비 증가 추세"
윤 당선자가 안보 분야에서 제시한 '한국형 3축 체계 복원', '핵·미사일 대응 능력 획기적 강화' 등의 공약도 방산업계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윤 당선자는 킬체인(Kill-chain)을 통한 자위권으로 고위력·초정밀·극초음속 등 강력한 선제 타격 능력 확보할 계획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추가 배치, SM-3 적기 전력화 등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도 강화한다.
오는 2030년으로 예정된 '한국형 아이언 돔'을 2026년으로 조기 전력화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는 수도권과 인구 밀집 지역에 최단 시간 내 배치해 돔 형태의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KAMD와 통합해 다층 방어망을 보강한다.
방산업계는 아직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라 구체적인 무기 도입 방식은 알 수 없다면서도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방에는 특정 업체의 일부 무기만 쓰이지 않아 업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대표 전력은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으로, KAMD의 하층 방어를 맡는 핵심 전력이다.
특히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수출 계약금은 4조원에 달한다. '천궁II'는 한화디펜스가 발사대와 적재·수송 차량을,
한화시스템(272210)이 레이더 체계를 만든 후 이를 공급받은
LIG넥스원(079550)이 체계 종합을 맡아 UAE 공군에 전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이슈로 군비 상승이 국민적 합의가 된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국방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어느 후보가 당선됐다고 해도 방위력 개선비나 국방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여서 방산업체에는 호조"라고 말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의 핵심 전력인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사진=LIG넥스원)
전문가 "전기차 충전 요금, 통행세 식 받지 말아야"
다만 윤 당선자가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낸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가 전기차 시대에 도래한 만큼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데도 공약 자체가 기존 시스템에 약간의 변화만 준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윤 당선자는 앞서 후보 시절 '전기차 충전 요금 5년간 동결' 공약을 제시했다. 국내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의 1㎾당 평균 가격은 290원~310원 수준인데, 이 가격을 5년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 요금을 동결하는 방안은 문재인정부 초반부터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상황과 재원 마련 등 요인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현재 정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2017년부터 전기차 충전 요금에 대한 특례할인을 적용 중이며, 이 요금이 매년 인상되면서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매년 적자가 누적되는 한전의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특례할인을 계속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공약 중 설익은 것이 많아 실제로 맞춰가기가 어렵다"며 "대선 공약이라도 전부 이행하기는 어려우므로 전문가 활용, 국민적 호응 등 앞으로 문제점이 없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충전에 대해 기본요금을 받더라도 일종의 통행세 식으로는 받지 말아야 한다"며 "전기차를 충전한 만큼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윤 당선자는 주유소와 LPG 충전소에서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냈다. 이 공약 역시 기존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새로운 방안은 아니다.
현재 주유 시설과 전기차 충전 설비 간 이격 거리 규정으로 주유 시설 내 전기차 충전 설치가 불가능하다. 주유 시설과의 이격 거리에 대한 현행 규정은 주유기 6m, 탱크 주입구 4m, 통기관은 2m다.
윤 당선자는 이 규정을 완화해 충전의 편리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주유소, LPG 충전소 내 설치 가능 건축물에 '연료전지'를 포함하고, 전기차 충전 설비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해훈·표진수·이범종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