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도 수급 불안정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가 커졌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코로나19 이후 물류난과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판가를 인상한 상태에서 수급 불안정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식품업계는 수개월 분의 곡물을 비축하고 있어 당장의 타격은 피할 수 있지만 곡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시 하반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3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물 소맥(밀)의 선물가격은 9.5% 하락한 부셸(1부셸=27.2kg)당 10.8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 소맥 가격은 지난 7일 부셸당 12.94달러까지 치솟아 200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약 40% 오른 수준이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밀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밀 공급량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전쟁 장기화로 밀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밀 가격은 이달 초부터 지난 7일까지 40% 급등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밀 뿐만 아니라 옥수수, 대두 등의 가격도 동반 오름세를 기록중이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밀, 귀리 등 주요 곡물과 일부 육류 제품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또한 러시아도 주요 곡물을 자국 내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곡물 수급 우려가 커졌다.
코로나 이후 곡물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식품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밀을 포함한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또 다시 가격 상승 압박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밀 수입량 중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비중은 약 10%로 높지 않고, 주로 미국,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다만 글로벌 공급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두 나라에서 수출 제한 조치를 하면서 간접적 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업계는 통상 3~4개월 분량을 비축해놓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 상승이 당장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곡물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곡물가 상승이 지속될 시 하반기에는 업종 전반에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미국 농무부와 대신증권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의 소맥 수출 상위 8위국, 러시아 옥수수 수출 3위국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태가 조기 안정화되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외 국가에서 생산 면적을 확대해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 시켜주는 등의 낙관적 시나리오도 존재하나 현 시점에서 곡물 시장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은 부담 요인"이
라고 말했다.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식품업계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곡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수개월 뒤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을 이전보다 비싼 값에 계약해야 하고, 이는 결국 원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의 경우 원료비 비율이 50%에 달할 만큼 높은 편이다. 주요 식품업체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부분 가격을 인상했고, CJ제일제당 등 제분업체들도 국제 원맥 가격 상승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밀가루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곡물 가격이 현재 레벨에서 크게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반기에는 다시 식료품 가격 인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현재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원부재료 단가가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음식료 업체들은 하반기에 재차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