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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산다②)일상회복 가시화…'팬데믹 퍼피' 위기
유기견 매년 10만마리…70% 가까이 목숨 잃어
입력 : 2022-03-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기자·유근윤 인턴기자] # '동물구조119'의 임영기대표는 지난 3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 주위를 몰려다니는 개들 중 목에 나일론 동아줄이 감겨 피부가 썩어들어가는 녀석이 있지만, 구조가 더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의 목에 동아줄은 살을 파고들었고 엉겨 붙은 피가 목에 들러붙었다. 녀석의 눈빛도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길에서 사는 개들은 사람들에게 공격받는 경우가 많아 경계심이 상당했다. 구조팀은 며칠을 쫓아다닌 끝에야 최초 발견장소로부터 10km가 떨어진 곳에서 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 녀석은 수술 후 센터에서 회복 중이다. 구조팀은 녀석에게 단단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아프지도 말고 당하지도 말고 단단하게 살라는 의미다.
 
동물구조119에 의해 구조된 단단이는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다. 치료도 받고 국내는 물론 해외 입양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안락사를 당할 걱정도 없다. 하지만 대다수 유기견은 길에서 사망하거나, 구조되더라도 10일간의 공고 기간 이후에는 안락사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21년 유기동물 중 안락사 비율은 41.5%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보호소 내에서 죽는 경우도 25.8%에 달했다. 통계에 잡힌 유기견 10마리 중 7마리 정도는 목숨을 잃는 것이다.
 
동물구조119에 의해 인천에서 구조된 개의 모습. 동물구조119는 단단하게 크라는 의미로 이 개에게 '단단'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사진=동물구조119 인스타그램
 
통계에 안 잡힌 유기동물 더 많아
 
농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유기견은 2018년 9만1797, 2019년 10만2363, 2020년 9만5261 마리로 매해 약 10만마리에 달한다. 이는 전국 지자체 280개 동물보호센터 입소된 개체 수로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고 길을 떠도는 유기견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대표 박주연 변호사는 “매해 발생하는 유기견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 아마 최근 통계에 잡히지 않은 더 많은 수의 유기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 일상회복이 가시화되며 유기되는 개들 역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 퍼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 시대 동물 입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외로움을 달랠 용도로 입양한 경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필요 없는 존재가 된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김영환 대표는 “어디 놀러 갈 때 데리고 갈 만한 숙소가 마땅치 않고, 막상 키워보니 털 날리고 똥오줌을 치우는 등 손이 많이 들어가면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며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산 사람들은 쉽게 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17일 발표한 '2020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23만5천637마리다. 등록 반려견의 총 숫자는 작년 기준으로 약 232만1천마리에 달한다. 그래픽=연합뉴스
 
물건 사듯 구매…생명은 뒷전
 
전문가들은 반려견 산업구조가 유기견 발생을 부추긴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을 물건 사듯 살 수 있어 동물을 상품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의 박주연 대표는 “한국은 언제든지 동물을 살 수 있고 또 버릴 수도 있는데, 이런 시스템인 이상 유기견이 계속 발생하는 걸 막을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내 반려견 생산시설은 지난 2016년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단속에 걸린다 해도 최대 5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고, 불법 개 농장 단속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더욱이 펫샵으로 불리는 판매업은 신고만 하면 누구나 열 수 있어 아무런 진입장벽이 없다.
 
캐나다, '불법 번식장' 운영자 징역 2년
 
반면 캐나다의 경우 이 같은 행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불법 번식장을 운영한 사람은 최대 벌금 6만달러(약6000만원)와 징역 2년을 선고받을 수 있고, 법을 반복해서 위반했을 때는 평생 애완동물 소유를 금지 시키고, 사육할 수 있는 동물 수도 제한한다.
 
영국과 독일은 동물 생산·판매를 엄격히 규제해 입양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영국은 동물을 공개적으로 진열해 판매하거나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고, 독일은 민간의 반려동물 판매 자체가 금지돼 우리나라와 같은 펫샵을 찾기 어렵다. 이들 국가에서는 동물 입양을 원하면 보호소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김 대표는 “공급을 제어해 동물을 상품처럼 사는 수요 자체를 끊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SETEC에서 열린 2021 서울펫쇼에서 반려견들이 행사장을 거닐고 있다. (사진=뉴시스)
 
길에서 태어나 들개로 자라…인간 위협하기도
 
유기견들이 번식을 통해 또 다른 유기견을 양산하는 것도 문제다. 길에서 태어난 유기견들은 사람의 손길을 탄 적이 없어 사람을 향한 공격성이 강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의 최미금 이사는 “소위 들개라 불리며 도심지역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개들은 잡아 오면 순한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길에서 태어나 사람과 접촉이 없는 경우 교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농촌에서는 마당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개들이 번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어나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만큼 중성화 정책을 시행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동물등록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 대표는 “동물 등록제를 강화해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해 반려견에 대한 책임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등록된 개들은 주인을 추적할 수 있어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거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동물보호법상 2개월 이상의 개는 반드시 등록돼야 하지만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가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단속 강화 등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21년 유기동물 중 안락사 비율은 41.5%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보호소 내에서 죽는 경우도 25.8%에 달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유근윤 인턴기자 chogiza@etomato.com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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