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보험사가 환자에게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시술을 한 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한 사건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17일 오후 대법정에서 보험사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실손보험금 반환청구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보험사가 의사 B씨의 맘모톰(유방종양절제시술) 시술 등 진료행위를 문제 삼아 그에 대한 진료비 반환을 청구한 사건이다.
맘모톰 시술은 임의비급여로서 2019년 7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됐다. 따라서 그해 8월 이후 이뤄진 맘모톰 시술은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실손보험금 지급이 가능해졌다.
이에 원고 보험사는 그 이전인 2014년부터 맘모툼 시술을 600여 차례 한 의사 B씨를 상대로 환자들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 12억원 상당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부는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에게 직접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이 사건의 쟁점이 된 맘모톰 시술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전문가와 양측 주장을 들었다.
보험사 측 김진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위법한 맘모툼 시술비용은 실손보험의 보장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원칙적으로 원고가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를 하고,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청구를 해야 하나 이 경우 수많은 소송이 예상되므로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채무자가 가진 채권을 대신 행사하는 권리)을 통해 환자의 무자력(자금이 없음) 유무와 무관하게 환자 대신 의사를 상대로 직접 진료비 반환청구를 청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험사 측 신광현 변호사(법무법인 정솔)는 “피고의 맘모툼 절제술은 국민건강보험법령 제도 외의 임의비급여로서 허용될 수 없고, 피고는 굳이 절제할 필요가 없는 유방 양성병변에 대해 과잉진료로서 맘모툼 절제술을 실시해 부당이득을 취득했으므로 채권자대위소송으로 이뤄진 원고의 청구가 인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사 측 이형범(법무법인 이산) 변호사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원칙대로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인 환자의 무자력이 입증돼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의사의 맘모툼 절제술은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 밝힌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가 허용되는 요건(긴급한 필요가 있고 환자의 충분한 동의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 허용)을 모두 충족했으므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의료실손 보험금을 받아간 환자에게 보험금을 반환해 달라고 청구하고, 환자는 다시 의사에게 진료비를 반환해 달라고 하며, 보험사가 직접 의사에게 진료비를 반환을 청구 하려면 환자의 재산이 충분치 않다는 점(무자력)을 증명해야 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 보험사는 환자의 무자력을 증명하지 않고 의사를 상대로 직접 진료비 반환을 청구했고, 2019년 7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 전 이뤄진 이 사건의 맘모톰 시술이 허용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여하윤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대법원이 일정한 요건 아래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해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채무자의 무자력 자체가 독자적인 요건이 되지 않더라도 채권자의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 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를 평가하는 요소로 고려되면 충분하다”며 “채권자대위권이 뿌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민법의 간접소권에도 무자력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환자의 무자력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수곤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대법원에서 원칙적으로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해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이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무자력을 요건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채권자대위권행사가 드물고, 그 중에서도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환자의 무자력 요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처럼 엇갈린 전문가 의견과 양측 변론 내용 등을 바탕으로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