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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폐지 청원해주세요"…주식리딩방 사기 피해 주의
'불법공매도 엄정처벌' 청원? 들어가보니 나스닥 선물옵션 거래방
입력 : 2022-03-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최근 '주식 양도세 폐지'와 '불법 공매도 엄정 처벌' 등 동학개미들의 관심사를 미끼로 한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학개미들의 권리 보호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며, 자연스럽게 채팅방 링크로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다. 유명 애널리스트 사칭, 유명 경제지와 유튜버 사칭 등 투자 사기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지만 SNS계정이나 사이트 등을 임시로 막는 것외에는 이들을 사전에 규제할 법망이 없는 상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유명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의 이름으로 주식 양도세 폐지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는 문자메시지가 퍼지고 있다. 주식 양도세 폐지는 동학개미들 사이에서 숙원 과제와도 같은 일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내년 주식 양도세 전면 부과 시행을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양도세 폐지를 내세우면서 논란이 재점화된 바 있다. 현행법상 대주주 요건(한종목 평가금액 10억 이상 보유 등)을 만족하는 투자자에 한해서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세법 개정에 따라 5000만원 이상 양도소득에 전면 과세가 이뤄질 예정이다.
 
양도세폐지 관련 청원방 링크와 이어진 주식리딩방 캡처. 사진=우연수 기자
동학개미들의 관심 이슈를 앞세워 자연스러운 링크 클릭을 유도하는 이 메시지는 주식 리딩방으로 연결된다. '수익률 ooo%' 등 자극적인 홍보 문구 대신 등장한 신종 수법인 셈이다. 메시지에 있는 링크주소를 타고 들어가면 나스닥 선물옵션 거래를 유도하는 채팅방이 나타난다. 
 
선물옵션 거래는 일정 금액 이상의 예탁금을 지닌 전문투자자들만 할 수 있는 고위험 투자로, 변동성이 커 높은 단기간에 수익도, 손실도 낼 수 있다. 높은 진입장벽에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이들 주식리딩방은 대신 투자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대포 통장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투자사기와 유사수신 등 불법금융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 유명 온라인카페의 이름으로 퍼지고 있는 메시지가 사기 채팅방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서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양도세폐지 청원방이라 해서 링크로 들어가보니 나스닥 선물거래를 유도했다"며 "수익과 손실 모두 거짓 거래소 화면으로 사기를 쳐 돈을 잃었다"고 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방장을 채팅앱에서 신고했지만 같은 이름으로 된 방이 워낙 많아서 소용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퍼지고 있는 문자메시지마다 채팅방 비밀번호, 방장이름이 다 달라 수많은 채팅방을 통해 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식 양도세폐지 이슈뿐 아니라 윤 당선인의 또 다른 공약 중 하나인 '불법 공매도 엄정 처벌'과 관련한 국민청원 호소 메시지도 돌고 있다. 이 역시 불법 리딩방으로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문제는 실제 사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런 채팅방을 법적으로 규제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제도권으로 분류된 업체들에 대해서만 허가 범위 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지 등을 감시하고 있을 뿐, 제도권 밖 금융 사기업체들은 감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불법리딩방 단속을 위해 집중 점검하는 대상은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데, 다수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 조언을 하는 건 가능하지만 허가받은 '투자자문업체'들처럼 1대1 주식상담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로 투자자문사인 척하는 유사투자자문사들을 상대로 암행·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 유사투자자문사 축에도 끼지 않는 비제도권 사칭 리딩방 등은 경찰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의 불법 리딩뿐 아니라 폭넓게 투자 사기가 발생하고 있어 법적 사각지대가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증권사 유명 애널리스트를 사칭하는 리딩방 정도가 있었다면 최근엔 유명 경제언론사 대표, 대선주자들과 인터뷰 한 유명 주식 유튜브 운영자 등을 사칭하는 메시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칭 문제로 증권사 이미지도 나빠지는 등 문제가 있지만,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노력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 사기업체들이 대포통장, 대포폰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경찰 수사를 통해서도 피해를 복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 양도세 폐지'와 '불법 공매도 엄정 처벌' 등 동학개미들의 관심사를 미끼로 한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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