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단체의 회동을 주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축됐던 위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그동안 전경련의 쇄신을 요구했던 시민사회의 우려도 예상된다.
22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진행된 윤석열 당선인과 6개 경제 단체장의 회동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경련에 연락해 다른 단체들에 참가 의사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상이 축소됐던 전경련이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 경제계의 대표 자격으로 주도권을 회복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내는 과정에 개입했다. 당시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요구를 받아 대기업의 매출액을 기초로 출연금을 할당했고, 결국 16개 대기업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744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인 2017년 3월24일 전경련은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강화를 위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은 단체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고,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회장단회의가 폐지되고, 정경유착 여지가 있는 사회협력회계도 폐지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태원(왼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2019년 9월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전경련과 주요 기업 현안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의 비판이 제기되는 등 전경련을 상대로는 지속해서 쇄신 요구가 제기돼 왔다.
참여연대는 당시 논평에서 "민주당은 진정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뜻이 있다면 역대 정권과 재벌의 유착의 도구로 활용돼 온 전경련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해체를 요구해야 한다"며 "그리고 전경련의 부활에 힘을 보태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개별 의원 차원의 행사로 장소가 전경련 회의실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원내 수석부대표 주도로 전 원내대표, 정무위원장 등 뿐만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으로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 현대 등 4대 기업까지 참석한 행사였기에 이러한 변명은 궁색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의 역할을 다시 맡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도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전경련은 법정 기구가 아닌 데다 온갖 불법과 비리, 정경 유착을 주도한 곳"이라며 "인수위원회가 전경련을 먼저 만나려고 하는 것은 재벌과 대기업에 의존하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이명박·박근혜 시절로 돌아가는 것으로서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