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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증권사들, 주식양도세 전산지침 없어 '발동동'
금투소득세 내년 적용하지만…'주식양도세 폐지' 윤석열 '입'에 멈춰선 당국
입력 : 2022-03-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주식 등 금융상품 거래를 통한 수익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증권사들이 전산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으로 삼으며 금융당국이 실무 지침 만들기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어떤 상품에 몇 퍼센트의 과세를 매겨야 하는지, 금융사 간 손익 통산을 위해 회사별로 가이드라인을 통일해야 할지 등을 반영해 사실상 전산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데 금융·과세당국은 업계의 질문에 묵묵부답인 상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앞두고 전산 개발을 위해 금융투자협회에 실무 지침에 관한 질의서 100여 건을 보냈지만 한건도 답변받지 못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으로 주식양도세가 폐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과세당국이 세부 지침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업계에 당장 답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란 입장을 전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핵심은 상장주식과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금융상품을 통틀어 발생한 손익을 통합해 합산 과세하는 것이다. 상장주식과 공모국내주식형 펀드 등에 대해선 5000만원까지 합산해 공제해주며, 이외의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까지 공제해준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국회를 통과한 지 2년여 된 이 소득세법에 반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다. 금투소득세라는 이름으로 부과되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공약에 금융당국은 선제적으로 실무지침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 큰 혼란이 올 수 있을 정도로 실무 지침 공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투소득세 도입에 따라 전산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수준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소통이 안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식양도세를 제외한 다른 여러 이슈에 대한 실무 지침조차 전무하며, 업계 실무자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도 없었다는 것이다.
 
표=뉴스토마토
 
증권사들이 금투협에 보낸 100여가지 질의 중 일부를 입수해 들여다본 결과, 실무 지침의 공백은 여러 분야에 걸쳐 나타났다. 우선 기본공제 5000만원 그룹인지, 250만원 그룹인지 분류가 모호한 상품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상장주식과 공모국내주식형 펀드는 5000만원까지 합산공제, 이외는 250만원 공제를 원칙으로 하지만 상장수익증권과 맥쿼리인프라, 리츠 등은 분류가 애매한 상품들이다. 
 
자본시장법상 공모주식형펀드(주식에 60%이상 투자)와 세법상 공모주식형펀드(주식에 3분의 2이상 투자)가 달라 기존 분류가 매칭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금융사들은 세법상 말하는 공모주식형펀드를 구분할 방법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자산운용사에서 세법상공모주식형 여부를 매일 보내주는 방법도 거론됐으나 매우 비효율적이며, 고객이 매수할 때는 기본공제 5000만원 그룹이었다가 매도할 때는 250만원 그룹으로 분류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취득가액을 둘러싼 문제도 있다. 금투소득세는 매매 차익에 매기는 세금으로 얼마에 취득했는지가 중요한 요소인데, 일부 거래의 경우 금융사가 관리하지 못하는 취득가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타명의대체나 타사입고는 해당 취득가액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또한 앞으로 상속, 증여, 타명의 대체의 경우 취득가액을 고객이 직접 금융회사에 증빙하게 돼있는데 어떤 서류로 증빙을 받을 수 있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회사마다 상속·증여신고서, 은행 거래명세 등 자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 만큼 고객 기망시 취득가가 왜곡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고객이 내야 할 세금(세금징수예정금액)의 인출제한 방식도 회사마다 다른 상황이다. 징수 시점에 세금이 잔고로 없을 경우 반대매매를 해도 되는지, 대여금을 발생시켜 일단 징수해도 되는지, 이때 연체 수수료를 발생시켜도 되는지 등의 실무지침이 없어 혼선이 예상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초부터 전산시스템 마련을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나,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맞물려 붕 뜬 상황"이라며 "5~6월쯤엔 본격적인 전산 개발에 들어가야 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법은 이미 개정됐으나 적용하다 보면 원천징수 과정에서 다양한 케이스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지금도 계속 질문이 들어오고 있는데, 과세당국과 협의 중이며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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