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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하 성폭행 해군 함장 '무죄 원심' 뒤집고 '유죄 판결'
"범행 당한 장소 특정 다소 불명확…나머지 진술 일관되면 신빙성 인정"
입력 : 2022-03-31 오후 1:55:5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법원이 성 소수자인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함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1일 군인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전 해군 함장 A 중령의 상고심에서, 군 검사의 상고 이유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였다. 피해자가 범행을 당한 장소에 대해 다소 불명확하게 진술한 것을 1심은 범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봤지만 원심은 신빙성이 없다며 배척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도 사건 당일 '침대 위에서' 피해자에게 키스하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수사 초기 범행 장소를 '침대 위'라고 지목하지 못한 채 '소파 같은 곳에 기대어 있었다'는 등으로 다소 불명확하게 진술했더라도 이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정으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원심은 피해자의 용인 아래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행위를 했다는 함장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그 구체적 내용이 일반의 통념에 비춰 자연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험의 법칙에 비춰 합리성이 없다"면서 "이런 사정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간접사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공소사실의 핵심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함장에게 성폭행의 고의가 넉넉히 인정된다고도 설명했다. 침대에 앉아 있던 피해자에게 상당히 기습적으로 갑자기 다가가 완력을 사용해 강제로 키스한 점, 피해자는 당시 군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장교로, 지휘관인 함장의 지시에 절대복종 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어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더욱이 피해자는 다른 사람과의 원치 않는 성관계로 임신하고 임신중절 수술까지 받은 일들로 인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무력한 상태에서 평소 신뢰하던 지휘관인 함장으로부터 범행을 당하자 정신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됐고, 그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함장은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행위로 무력해진 피해자의 상태에 편승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 피해자를 상습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직속상관 포술장 B소령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원심을 긍정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에 따르면, A중령은 2010년 소속 초급장교인 피해자를 자신의 장교 숙소로 불러 성폭행하고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B소령 역시 2010년 9월부터 11월까지 시내 식당과 모텔 함정 내에서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하고 두차례에 걸쳐 성폭행해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중령은 피해자가 B소령과의 관계를 상담하려던 것을 범행 기회로 이용했다.
 
1심은 이들 모두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A중령에게는 징역 8년을, B소령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군검사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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