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했다. 최저임금은 27명의 위원이 모여 결정한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참여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통상 상반된 주장을 제시하기 때문에 공익위원의 의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익위원은 정부의 추천위원들로 결정된다. 사실상 정부 성향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폭이 정해진다는 의미다.
심지어 공익위원 인선은 한 정부 내에서도 정부의 기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2018년, 2019년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후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 조절론'을 꺼내들자, 공익위원들이 대거 교체된 바 있다.
차기 정부 관계자들도 이미 최저임금에 대한 구두개입을 시작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윤석열 당선인의 임기 시작 이후인 오는 7월 초 결정돼 사실상 윤 정부 내 첫 최저임금으로 불린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노사 간의 협의에서 결정할 일을 정부가 개입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Lose)-루즈게임이 된다"고 말한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고려한다면 어떨까.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숙박음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숙박음식업 종사자들의 평균 정액급여는 219만9990원으로 최저임금에 준한다.
2월 기준 숙박음식업 종사자 수는 111만3397명인데, 92.7%(103만3219명)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2020년 기준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조직률은 0.2%로, 전체사업장의 노조조직률(14.2%)를 상당폭 하회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임금 협상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나아가 1988년 시행 이후 사문화된 '업종별 차등 적용'을 꺼내든 윤석열 당선인의 생각은 우려스럽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기업이랑 똑같이 맞춰 월급 올리라고 해보라. 저 4%(강성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좋아하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다 나자빠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된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특정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 더불어 인력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차등 적용은 지역소멸과 수도권 집중현상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등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194만4440원이다. 준조세에 해당하는 4대보험을 떼고 나면 178만8770원이다.
4%대 물가를 고려했을 때 현재의 최저임금은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하고 있는지,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은 어느정도 수준이 될지 숙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용윤신 경제부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