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GS 사외이사), 박현정 교수(현대중공업 사외이사), 이윤정 변호사(삼성전기 사외이사). (사진=연합뉴스 및 삼성전기)
3월 중후반쯤부터 몇 주 동안 주총에서는 여성 사외이사 바람이 불었습니다. 포인트는 이걸 기업들이 알아서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입니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에 이사회가 특정 성별로 독점되지 않도록 규정했고, 이를 기업들이 따른 것입니다.
일단은 이걸 법으로 규정하기까지 기업들이 뭘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 이사 늘리기가 글로벌 기준이 돼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게도 요구했는데도 기업들이 미적거리니 법제화까지 됐으니깐 말입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결정을 경직된 법으로 규율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있을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과연 영국처럼 여성 이사를 늘리라는 어떤 권위있는 곳의 '권고'가 나왔을 때 따를 곳일까요. 영국은 10%대가 20%대로 늘었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에서도 그런 결과가 있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그래도 법이라는 것 자체가 경직성이 강하다보니 우리가 법하면 떠올리는 항목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요구가 약했나 봅니다. 어겼을 경우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그리고 관련해서 접촉한 전문가들도 처벌 항목을 넣자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금녀의 벽'이 연이어 무너졌지만 앞으로 과제도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여성 이사에 관한 내용을 공시 의무화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원래 자본시장법 개정 초안에는 있었다가 없어졌습니다. 기업들 눈치를 보느라 없어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내이사로 범위를 넓히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법이 '이사'의 성별을 언급했기 때문에 그게 사외이사든 사내이사든 다 해당되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은 부담이 적은 사외이사를 택했습니다.
그러나 기업 밖에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사외이사의 역할을 크게 의식하지도 않습니다. 결국에 법적인 취지나 앞으로의 ESG 경영을 생각하면 사내이사로 여성 영입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사내이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기에는 여타 선진국들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가능하지는 않을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계속 이야기 나오는 여성 인력풀을 정부든 기업이든 양성하는 방안이 중요할 것입니다. 인력풀이 없는 상태에서 여성 이사 영입을 지속하면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이 백날 외치는 미래 경영을 위해서라도 보다 더 능력이 향상된 사외이사든, 실질적으로 기업에 더 관여할 수 있는 사내이사든 나아갈 수 있는 풀은 중대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