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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 작년 무역기술장벽 3966건…역대 최고치 돌파
산업 주도권 확보 위한 기술 규제 활용 영향 탓 분석
입력 : 2022-04-12 오전 11:35:57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해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무역기술장벽)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국제무역 환경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TBT 건수는 3966건이며, 이는 기존에 가장 높은 통보 건수를 기록한 2020년 3352건보다 18.3% 증가한 수치다.
 
TBT는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 규정, 표준, 시험 인증 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장애 요소를 의미한다. 관세 부과와 같이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기업에는 수출을 지연시키는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한다.
 
대한상의는 이번 분석의 원인을 코로나19로 침체한 자국 경제를 회복하고, 첨단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기술 규제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개도국이 에너지 효율 등급 규제 등 선진국의 기술 제도를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TBT 급증의 원인으로 봤다.
 
지난해 신규 TBT 통보 건수는 2584건으로 이전에 가장 많았던 2018년 2085건과 비교해 23.9% 늘었고,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TBT 통보 증가 추세는 지난해에도 지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이 3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26건, 한국 117건, 유럽연합(EU) 104건 등의 순으로 조사돼 핵심 기술 표준과 인증 절차를 둘러싼 주요국 간 경쟁이 치열함을 반영했다. 
 
최근 무역기술장벽(TBT) 추이(단위: 건). (자료=대한상공회의소)
 
글로벌 보호 무역과 핵심 기술 보호주의는 선진국에서 전략적 업종 기업의 FDI(외국인직접투자)를 억제하는 형태로도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한 해 글로벌 FDI는 전년보다 35% 감소한 1조달러 밑으로 급감했다. 각국이 도입한 외국인 투자 정책은 전년과 비교해 40% 증가한 152개로 집계됐고, 이 중 규제 정책은 전년의 21개보다 2배가 넘는 50개를 기록했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 규제의 확대는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안보, 주요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소유권 제한, 핵심 기술 이전 제한 등 자국의 주요 산업 보호를 목표로 수립·운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등에서 주요 안보 산업 분야에 자국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국가 개입 정책을 강화하거나 인도네시아, 앙골라, 나미비아 등에서 외국 자본 유입 시 자국의 콘텐츠 사용 요구를 강화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외국인 투자 촉진 정책은 전년 66개보다 소폭 늘어난 72개였으며, 주로 아시아 지역 개도국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운영됐다. 중국, 러시아, 멕시코 등에서는 투자 정책 투명성 제고, 투자자 보호 강화, 국가와 투자자 간 분쟁 해결 수단 마련 등에 역점을 둬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 등의 사례가 있었다. 
 
글로벌 상품 무역 거래에서도 팬데믹의 영향력이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상품 무역의 제한적 조치가 전년보다 감소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제한적 조치가 촉진적 조치보다 많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63% 증가한 323개의 제한적 조치가 취해졌다. 이러한 조치는 광산물, 농산물, 섬유 등 원자재와 부품 장비 품목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상의는 가파른 물가 상승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부터 선진국을 시작으로 점차 엔데믹 체제로 전환하면서 각국의 무역 제한 조치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미·중 간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 교역 질서의 불안정성도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정부 간 기술 표준화 협력을 강화해 TBT에 신속히 대응하고, 주요 국가의 통상 이슈 협력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기술 동향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기술 규제에 대응하고, 글로벌 상품·서비스 무역 조치 동향의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도권 경쟁, 탄소 국경세 도입 등 새로운 보호주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고 정교해지고 있다"며 "향후 미·중·러 등의 헤게모니 경쟁을 근간으로 한 지정학적 불안이 더 부각될 것인 만큼 통상 이슈에 대해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신속한 자체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정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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