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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언론까지 '사칭'하는 불법 리딩방 등장
하나금투 이기훈 연구원, 강방천 회장 등 사칭 피해 속출
입력 : 2022-04-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불법 ‘주식 리딩방’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들의 실제 이름을 거론하는 사칭 수법은 물론 언론사 이름까지 들먹이며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이미 수차례 금융감독원이 불건전 영업 행위를 금지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을 사칭한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련 광고 스팸 문자를 보면 ‘900프로 폭등할 관련주’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넣어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해당 내용에는 ‘KG동부제철’과 ‘엠아이텍’ 등 상한가를 찍었다면서 증강현실(AR) 관련 메타버스 폭등주가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착순 150명 모집이라는 문구로 개인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강방천 회장 사칭한 광고성 문자. 사진=신송희
이러한 광고성 글은 사실상 허위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과는 관련이 없다. 이기훈 연구원은 최근 에코마케팅과 에스엠, 와이지엔터 등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뤘을 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자사 연구원의 사칭 피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최대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식 리딩방은 개인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성행하고 있다. 단체 대화방에서 소위 ‘주식 전문가(리더)’가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매하도록 추천하는 방식이다. 금융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나 일반 개인이 운영하고 있어 투자 손실 가능성은 높다.
 
그럼에도 수익률과 종목 적중률 등 근거 없는 실적을 내세우면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높은 이용률을 지불하도록 유인하고 있는 상황. 일부는 주가조작과 같은 중대 형사사건에 연루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엔 ‘XX의 선물연구소’, ‘심심한 장에서 이기는게 진정한 전문가’ 등 비제도권 가명을 사용했다. 충분히 개인이 해당 글의 내용이 비전문가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실제 증권사의 사명은 물론 실존하는 주식 전문가들의 이름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연초에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주식 투자와 관련한 내용이 방송을 타자 곧바로 사칭에 악용됐다. 당시 “조세호씨와 출현한 강방천입니다. 무료정보주로 정보공개해 드리겠다”며 투자자들에게 미끼를 던졌다. 이 외에도 언론사인 ‘XX경제TV’라며 ‘9일 동안 150% 상승할 대박 세력주 포착’ 등 과장 광고를 한 곳도 나왔다.
 
증권사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사칭 피해를 단속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 연구원을 사칭한 경우 회사 차원이 아닌 피해자가 직접 해당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고소 및 고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고발 조치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복잡한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도 주식리딩방을 근절하기 위해 매년 위반행위 업체를 통보하고 추가로 유관기관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등록 투자일임과 자문업 등 투자자의 금전 피해를 유발하는 불법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식리딩방 단속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지만 완전히 뿌리 뽑기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투자자들도 유사 투자자문, 불법 행위에 대해 가입하지 않고 위반행위에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작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은 3442건으로 직전 년도(1744건) 보다 97.4% 증가했다. 민원 건수는 2018년 905건에서 2019년 113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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