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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성인지 의식'이 우려된다
입력 : 2022-04-14 오전 6:00:00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이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는 대목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문 정부가 남녀 편 가르기를 조장했다는 취지를 이 칼럼에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칼럼 제목부터가 '남녀 편 가르기를 양념으로 추가한 文 정부'다. 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 젊은 여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성인지 예산은 국가의 예산을 남녀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배분하는 제도를 뜻한다. 즉 성평등 사업을 위해 별도로 집행하는 예산이 아니라,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성평등을 강조하는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을 제도로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해당 칼럼은 김 후보자의 무지함에 대한 비판으로 번졌다. 명색이 여가부 장관을 꿈꾸는 자가 '성인지'라는 워딩을 남녀 편 가르기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봇물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1년 가량 된 칼럼이 왜 이제와서 문제가 됐을까.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때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면서 돌연 여가부 장관을 임명한 것과 관련이 있다. 취임 전부터 공약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데다, 김 후보자의 칼럼이 재조명되면서 폐지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수여성단체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관련 단체들이 연대한 '찐(眞)여성주권행동'은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김 후보자의 장관 지명철회와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여가부가 그동안 부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족과 청소년, 성범죄 업무 등은 더 전문성을 갖춘 부서에서 담당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윤 당선인이 김 후보자를 내정한 것을 두고 의아한 분위기다. 폐지 공약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볼 때, 김 후보자가 여가부를 폐지시키는 '터미네이터 장관'이 되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이는 여가부가 폐지되고 장관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을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자폭 로봇에 빗댄 것이다.
 
한편으로는 윤 당선인이 여가부에 대한 논란을 더욱 부추겨서 속 시원히 폐지할 구실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오는 6월로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여가부 폐지에 대한 애매모호한 입장을 두달여 유지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정말로 폐지를 염두에 뒀다면, 지금 여가부는 '식물 부처'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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