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수입 전기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전기차와의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조금을 절반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고가 전기차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소비자들의 진입 문턱을 낮춘 대중 전기차가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2576대로 전년 동기 822대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보조금을 받는 수입 전기차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수입 전기차 판매량 6340대 중 7000만원 이상이 57.0%(3616대)로 고가 위주였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48.2%로 비중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올해부터 전기차 국고 보조금 100%를 받는 차량의 가격 기준은 기존 60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내려갔다. 5500만~8500만원 차량은 보조금 50%를, 8500만원 이상 차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까지 6000만원 이하인 전기차는 보조금을 전액 지급했고, 6000만~9000만원이면 절반만 지급했다. 9000만원을 넘을 경우 지원받을 수 없었다.
볼보자동차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이는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수입차 업체들이 응답하고 있다.
볼보는 지난 2월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를 각각 6391만원, 6296만원으로 출시했다. 특히 C40 리차지의 경우 미국보다 890만원, 독일보다 2200만원 낮게 책정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두 모델 모두 사전 예약 물량 1500대, 500대가 모두 팔렸다.
폴스타의 폴스타2는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5490만원에 출시돼 사전 예약 1주일 만에 올해 판매 목표인 4000대를 채웠다.
앞으로도 보조금을 받는 수입 전기차가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우선 한국지엠은 2분기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와 볼트 EUV를 출시한다. 각각 4130만원, 4490만원이다. 이들 모델은 1회 충전만으로 4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BMW는 지난달 미니 일렉트릭을 출시한 데 이어 준중형 전기 세단인 i4를 선보인다. 미니 일렉트릭 가격은 클래식 트림이 4560만원, 일렉트릭 트림이 4990만원이다. 국고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지역에 따라 3000만원 중반대에서 4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i4의 경우 6650만~8660만원으로, 최대 580만원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우디 'Q4 e-트론'.(사진=아우디)
지난해 e-트론 GT, RS e-트론 등 1억원이 넘는 전기차 위주로 출시했던 아우디도 올해 하반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4 e-트론을 내놓는다.
유럽(WLTP) 기준 최대 520㎞를 주행할 수 있는 Q4 e-트론 미국 기준 4만3900달러(약 5200만원)로 국내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Q4 e-트론이 출시되면 제네시스 GV60 등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내에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은 폭스바겐 역시 하반기 전기 SUV ID.4를 선보인다. 현재 ID.4 판매 가격은 미국에서 약 4만달러(약 4700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내는 미정이다.
제타, 파사트, 티록 등 폭스바겐코리아의 '가격 파괴' 정책이 ID.4에서도 이어진다면 4000만원 초반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ID.4의 국내 경쟁 모델은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
기아(000270) EV6 등이 꼽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 타입 등 외에는 다르지 않아 기술적인 면에서 차이를 찾기 어렵다"며 "폭스바겐이 전체 산하 브랜드별로 최적화한 모델을 내놓는다는 것은 가격 경쟁력에서 현대차를 압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 때마다 구매 의향이 뚝 떨어질 정도로 보조금에 민감하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차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72%에 달했고, '없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반면 보조금이 200만원 줄었을 경우 '그래도 구매할 것'이라는 응답은 10명 중 7명에서 3명 중 1명꼴인 32%로 줄었다. 12%는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절반이 넘는 56%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보조금이 400만원 줄어들 경우 '구매하겠다'는 의향은 200만원 축소 때의 절반인 16%로 줄었다. '구매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 비율은 29%,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55%로 200만원 축소 때와 거의 같았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