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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검수완박 법안’ 13개 조항 추가 검토·보완해야”
“경찰 수사 통제장치 필요… 검찰 ‘보완수사’ 범위 확대해야”
입력 : 2022-04-19 오후 2:35:09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에 관한 의견을 내며 총 13개 조항에 대한 추가 검토,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분리를 위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가 기소·공소유지 및 영장청구와 영장집행에 관한 권한만 가지도록 하고 사법경찰관이 수사권을 갖도록 하되, 검사에게 일정 부분 보완수사 또는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일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검토 의견’에 따르면 행정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135조, 195조, 197조의2, 198조의2, 201조 등, 208조의2, 246조의2, 부칙 1조, 부칙 2조에 대해 ‘추가검토’ 의견을 △214조의2 2항, 214조의2 9항, 217조 2항, 312조 3항에 대해선 ‘보완검토’ 의견을 냈다.
 
특히 행정처는 개정 형소법 197조의2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개정 형소법 197조의2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경우 중 하나로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송치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고소인 등으로부터 이의신청을 받은 경우’를 추가 규정한 조항이다.
 
이에 대해 행정처는 경찰의 과잉 수사나 부실수사 등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면 이는 수사·기소를 최종 통제하는 법원에 영향을 미쳐 ‘공판을 통한 정의·실현’의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사 수사권을 분리할 경우 경찰에 이관되는 수사권에 대한 견제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축소하는 게 아닌 더 확대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개정 형소법 135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개정 형소법 135조는 압수물처분의 결정을 하는데 있어 검사, 피해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미리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의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행정처는 이 조항에 대해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공판에 관여한 것은 검사고, 법원이 피고인 사건에 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경우 그 집행을 지휘하는 주체도 여전히 검사”라면서 “이를 고려할 때 이 조항의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소 이후 공판검사의 역할을 굳이 ‘경찰’이 수행하게 할 필요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다.
 
개정 형소법 19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기존 규정에서 ‘수사’를 삭제했는데 이 조항에 관해 행정처는 “여전히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서로 협력할 필요가 크다”며 “상호협력의무를 규정한 조항 및 그에 관한 위임근거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사법경찰관의 위법한 체포·구속에 대한 검사의 석방명령권, 송치명령권을 삭제한 개정 형소법 198조의2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고 봤다. 행정처는 “개정안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석방요구가 있어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한 석방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며 “검사가 위법하게 체포·구속된 자를 즉시 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거나 적어도 종전과 같이 석방을 명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피의자 구속영장을 검사의 직접 청구가 아닌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받아 청구하도록 규정한 개정 201조에 대해서는 “검사로서 보완수사 요구 등을 하는 간접적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돼 신속하고 적정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사건이 송치된 이후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둘 필요는 없는지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정안의 시행일을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로 정한 부칙 1조에 대해선 “개정안은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를 초래하는 제도로서 검경 조직, 인적·물적 여건 등에 관해 상당한 변화와 준비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안 시행을 준비함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접수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소재지 관할 지방경찰청에 승계하도록 한 부칙 2조 역시 문제가 있다고 봤다. 행정처는 “이미 경찰에서의 수사가 완료돼 검찰로 송치되고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판단만 남은 사건, 구속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 등도 일괄해 경찰로 승계되면 효율적이고 적정한 사건처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적 안정성 및 신뢰보호의 측면 등을 고려해 개정법 시행 전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종전 법에 따라 그대로 검찰에서 처리하게 하고, 개정법 시행 후 인지, 고소, 고발로 수사가 개시되는 사건부터 개정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부칙 2조를 수정할 필요는 없는지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행정처는 개정안 자체를 둘러싼 위헌 논란도 언급했다. 검찰조직이나 증거권한을 규정한 조항이 아닌 인신자유를 보장하는 영장제도에 들어간 조항이므로 여기에 수사권이 검사에 있다고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보는 합헌론과, 헌법상 영장신청권은 검사에게 전속적·단독적 영장신청권을 부여한 취지이므로 사법경찰관의 받아서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개정안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대립하는 상황이다.
 
행정처는 “과거 헌재 결정에서 법관에 의한 영장 발부에 관해 ‘검사의 신청’에 의할 것을 규정한 취지는 모든 영장의 발부에 검사의 신청이 필요하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영장의 발부를 신청할 수 있는 자를 검사로 한정함으로써 검사가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서 오는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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