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서울시교육감 보수 후보들이 학력평가를 부활시켜 학업성취도를 올리고 혁신학교를 폐지하겠다고 본격적인 공약 홍보에 나섰다. 보수 진영 후보가 난립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서겠다는 출마 의지를 밝힌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 후보는 5명이다.
당초 중도·보수 후보들은 '수도권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 협의회(교추협)'를 통해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단일화에 사실상 실패한 모양새다.
교추협은 단일 후보로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을 선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이탈하고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도 반발해 독자 출마에 나선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윤호상 전 서울서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도 후보로 나서면서 보수 진영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처럼 보수 진영 내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후보는 공약을 공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혁신학교 폐지와 학력평가 부활을 외치고 있어 큰 틀에서 방향은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2일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이주호 예비후보)
우선 학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보는 조전혁·조영달·이주호 예비후보다. 이들은 한국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를 평가 부활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학력평가를 진행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차이가 있다.
조전혁 예비후보의 경우 아이들을 줄 세우는 '일제고사' 방식이 아닌 인공지능(AI)이나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해 아이들의 학력을 진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주호 예비후보 또한 AI를 활용해 개별로 진단을 하는 방식으로 학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달 예비후보의 경우 구체적인 방식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선 시 초등학교 지필 고사를 부활하고 학력 진단을 위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겠단 계획이다.
현 정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주요 교육정책인 혁신학교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고교학점제에도 대부분의 보수 후보들이 반대하고 있다.
조전혁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근거인) 시행령이 없어지리라 생각한다"며 "대통령 당선인도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고 나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선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시행할 단계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박선영 예비후보 또한 다양한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조영달 예비후보는 자사고 폐지와 더불어 혁신학교, 곽노현 전 교육감이 2012년 도입한 학생인권조례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주호 예비후보도 혁신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출마선언을 하며 "혁신학교 중 급변하는 교육 추세에 발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학교는 재지정을 취소하겠다"며 "혁신학교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는 이념에 치우친 교육으로 혁신이 사라진 상황이며 더 많은 학교가 실제로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큰 틀에서 공약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교육계에선 재단일화를 이뤄내야 보수 진영이 안정적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교추협을 통해 단일 후보가 된 조전혁 예비후보를 비롯해 후보 대부분이 출마 의지가 강한 데다 각종 소송전까지 얽히면서 재단일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