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엔데믹 상황을 목전에 두고 고전하고 있다. 11년 만의 유료 가입자 수 감소로 주가도 폭락하는 등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넷플릭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 공유를 막고 광고 기반의 새로운 저가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OTT업체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2분기 순증 가입자가 전분기 대비 200만 명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도 흔들리고 있다.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 지속과 사업자 간 경쟁 상황, 시즈널리티의 영향 등이 넷플릭스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려를 가중할 만한 실망스러운 가이던스까지 더해져 당분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OTT시장의 레드오션화, 그리고 가격경쟁이 꼽힌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즈니+·HBO맥스·애플TV+ 등 초대형 OTT들이 넷플릭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아마존도 OTT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소비자는 구독료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인상된 OTT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를 겨냥해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FAST(Free-Ad-supported Streaming TV)'가 확장세다. 아마존은 광고형 무료 서비스인 '아마존 프리비'를 제공하고 있으며 훌루와 HBO 맥스도 광고 기반 요금제를 도입했다. 가격 부담 완화로 시청 시간이 늘고, 시청자 맞춤형 광고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단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과 광고 기반 모델 전환에 힘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현재 1억 명이 넘는 넷플릭스 회원이 계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넷플릭스는 칠레, 페루, 코스타리카 남미 3개국에서 계정공유 추가 시 2~3달러가 부과되는 요금제를 테스트 중이다. 광고를 포함한 저렴한 요금제도 출시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구독형 OTT 시장 포화 상태가 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이같은 대응 만으로 매출과 구독자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할지를 두고 회의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넷플릭스의 이용자 증가 폭은 50만 명 정도다. 넷플릭스 한국 법인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지역에서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 절반이 구독을 안 하고 있어 시장 가능성은 남아 있다"면서 "콘텐츠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자막, 더빙 등 복합적인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성장 한계를 맞자 토종 OTT들 역시 다양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당장에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안보다는 후발주자로서 우선 콘텐츠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해 서비스를 정착시킨 뒤 향후 비즈니스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하겠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김용배 웨이브 커뮤니케이션 전략부장은 "토종 OTT 업체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한정된 국내 시장보다 단계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유의미한 가입자를 모집하는 활동이 추가돼야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