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매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시도가 불발로 끝나 불안했는데, 일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쌍용차 재매각은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인 오는 10월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인수 예정자를 미리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쌍용차 인수전에는 KG그룹과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 이엘비앤티 등 4곳이 뛰어든 상태다. 예상 밖으로 흥행이 되고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다.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쌍용차 인수가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 같으니, 이 역시 고무적이다.
반면 진정한 인수 의사나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도 없으면서 땅 같은 자산을 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아직 남아 있다. 자사의 주가 부양을 위한 수단이라는 냉소의 시선도 엄존한다. 쌍방울 등 일부 기업의 처신이 그런 의심과 ‘먹튀’ 논란을 유발했다. 쌍방울은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무튼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쌍용자동차는 정말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쳐왔다. 1997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부도 상태에 빠진 후 유랑을 거듭했다. 중국 기업이 인수했다가 철수하고, 인도 기업도 한때 인수했다가 다시 내놓았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 후 지중해 일대 누비면서 온갖 풍파를 다 겪었듯이, 쌍용자동차도 ‘이 운명 저 운명으로’ 떠돌았다.
그런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하는 등 많은 수난과 희생을 겪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노동자들은 중국의 인수 기업이 보유 기술을 빼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똘똘 뭉쳐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참으로 눈물겨운 분투의 역사였다.
그래도 회사를 반듯하게 재건하겠다는 의지만은 여전히 굳세다. 지난 13년 동안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으며 임금 삭감과 무급 순환 휴직도 받아들였다. 임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여느 대기업 임원들이 누리는 수십억원대 연봉은 언감생심일 것이다.
그러는 사이 벌써 4반세기의 세월을 보냈다. 진실로 쌍용자동차 임직원들은 모두 원 없이 고생했다. 진정으로 그간의 고생에 위로를 보내고 싶다. 이제는 노사 화합을 통해 좋은 자동차를 생산해야겠다는 다짐만큼은 세계 그 어느 업체보다 강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런 자세만 확실히 견지한다면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무난히 헤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생도 끝날 때가 됐다고 여겨지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인수하겠다고 나선 희망 기업들이 여전히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금력도 의문이고, 자동차 산업 경험도 부족하다. 사업 문화가 다른데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가능한 방법은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만약 어느 한 기업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여겨질 경우 함께 힘을 모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인수 희망 기업들이 하나의 팀을 꾸려 인수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지분이야 서로 협의해서 황금비율로 나누면 된다. 그런 공화제형 지배구조를 짜고 자동차산업 전문가를 전문경영인으로 초빙하면 훌륭하게 새 출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측면 지원하는 것도 괜찮다. 지난해 LG화학과 SK가 미국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다툴 때 마지막에 해결의 실마리를 푼 것도 미국 국회의원들이었다. 공연히 나서서 망쳐버리면 안 되겠지만, 보다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법원이 도울 수도 있다. 이번 매각작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조정과 타협의 분위기를 조성하면 된다.
한국거래소도 지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매각 실패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지만, 가볍게 처리하면 곤란하다. 그것은 기계가 하는 방식일 따름이다. 인간의 일은 인간답게 다뤄야 한다. 주변 상황에 대한 폭넓은 인식과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
인수 희망 기업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지금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럴 때 노사가 함께 상장폐지 연기를 청원했으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좀 더 기다려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쌍용자동차는 단칼에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기업이요 국가자산이다.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주변에서 최대한 도와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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