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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코로나 의료 구멍 뚫렸는데, 정치권은 외면·방치"
시민단체 “지방선거 공약, '공공병원' 내용 없어”
입력 : 2022-04-28 오후 4:15:07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코로나19이후 공공의료기관의 확충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료기관 부족 사태로 인해 취약계층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다가오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공공의료기관 확충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노동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가 28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6·1 지방선거에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공병원 확충 공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코로나로 한국의 의료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많은 과학자가 다음 팬데믹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각 정당이 공공병원과 간호인력 확충에 나서야 하고 충분한 재정 확보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52.4%에 비해 현격히 낮다. 공공병상 비중도 한국은 9.7%, OECD는 71.6%로, 한국의 공공의료 수준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전남 해남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재택치료를 받던 임산부가 119구급차에서 출산했다. (사진=뉴시스)
 
실제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코로나 이후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에 확진된 임산부들이 출산을 위해 수백 킬로미터(km)가 떨어진 곳까지 이송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임산부는 울산으로,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임산부는 경남 진주까지 헬기로 이송돼 출산했다. 이외에도 경기 평택 거주 임산부가 경남 창원시로, 창원시 거주 임산부는 제주도로 이송되는 등 확진 임산부의 비자발적 원정 출산이 일어나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31일 경기 이천에서 코로나에 확진된 18개월 아기는 인근 응급실 포화로 인해 60km가 넘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생후 7개월 아기가 병상을 찾아 헤매다 숨졌다. 노인 요양시설은 ‘코호트 격리’에 따라 코로나 감염 노인들과 비감염 노인들이 함께 수용되고 있다. 서울 동부구치소는 2020년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수백 명씩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당시 수감자들은 감기약만 받는 등 제대로 의료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코호트 격리가 되게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격리 병상 부족으로 인한 방치”라며 “격리 치료 병상으로 이송돼야 하지만 민간병원에서 거부하고, 갈 만한 공공의료 기관은 포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실상 정부가 죽음으로 몰아넣은 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빈곤층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도 악화시켰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던 공공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전체 코로나 환자의 80%가 몰렸고, 기존 의료 서비스를 받던 노숙인 등 빈곤층 환자들이 밀려났다.
 
서울시립대 도시 보건대학원 교수 나백주 의학박사는 메르스 당시에도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여태껏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나 박사는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발표한 로드맵에도 지역 공공병원 확충 및 인력 강화 이야기는 없다.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거대 정당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공공병원 확충으로 취약계층 등 일반진료가 포기되는 의료 공백을 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공공병원을 확대하기는커녕 민간에 위탁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노동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가 28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방선거에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공약을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승진 기자)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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