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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지 않을 권리②)"학교가 다문화가정 낙인…친구들도 외면"
"학교서 싸우며 다니느니 검정고시가 나아"
입력 : 2022-05-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중학교 때 친구들한테 좀 심하게 따돌림 당했어요. 별명 하나가 있었는데 나한테 다문화라고 불렀거든요. 그게 엄청 싫었어요. 애들은 장난이라고 계속 불렀는데 저는 엄청 싫어했었거든요. 사실 처음에 애들이 우리 엄마가 중국계인거 몰랐어요. 저도 그렇게 (외모가)다르지 않고...그런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다문화 학생들 모아놓고 뭐 한다고 방송으로 이름을 부른거예요. 그때부터 애들이 나한테 다문화라고 불렀어요.”(A씨)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그래도 이렇게 학교를 다니는 거나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는 거랑 비교해 보니까 친구들 졸업하는 기간이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에서 싸우고 다닐 바에 자퇴하고 나가서 검정고시 보는게 더 낮겠다고 생각했어요.“(B씨)
 
이 사례는 지난 2020년 발간된 한국융합학회논문지 ‘다문화 청소년의 학업중단 경험’ 연구에 참여한 한 다문화학생의 사례를 꼽은 내용이다. 
 
학교에서 은연 중에 발생하는 이러한 차별은 다문화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여성가족부가 3년 단위로 발표하는 ‘전국다문화가족실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다문화가족 자녀의 8만8015명(93.1%)이 현재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045명(1.1%)은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다 중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중단 이유 중 1위는 '그냥 다니기 싫어서'다. 46.2%다. 2위를 차지한 것은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때문(23.4%)이라는 응답이다. 다문화학생들 말에 따르면, 암묵적 차별 등이 관계 갈등의 시작이라고 한다. 앞선 2015년 조사 때는 해당항목의 응답률이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3년만에 22%P 가량 늘어나면서 두번째로 비중이 큰 학업중단 사유가 됐다.
 
학교생활 적응과 관련한 조사에서도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자녀의 이유를 보면 '학교공부가 어려워서'가 가장 많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가 그 뒤를 잇는다. 다문화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에서, 학업수행과 교우관계가 핵심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한국어 교육과 문화에 대한 조기 교육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학교 생활의 부적응 때문에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나이인데도 중학교에 입학하며 정상적인 학업주기를 밟지 못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17세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C씨는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로 입학했다. 한국말을 잘 못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였다. C씨의 동생 역시 현재 16세이지만 한 학년 유급된 중학교 2학년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 교사의 낮은 다문화 감수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다문화학생도 있다. D씨는 초등학교 시절 한국어 글씨가 서툴러 숙제 내용을 제대로 적지 못하곤 했다. D씨는 숙제 내용을 옮겨적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지만 선생님은 칠판에 적은 숙제 내용을 금방 지워버렸다. 이런 탓에 D씨는 숙제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교사는 D씨가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다며 자주 혼냈다. 이후 D씨의 담임은 D씨 부모와의 상담에서 D씨가 글도 모르며 다른 비다문화학생과 다르고 이상한 학생이라는 식으로 언급했다. D씨는 초등학교를 그만두지는 않았지만, 당시 생활이 악몽 그 자체라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오래 전부터 형성된 민족의식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한장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1960년대 국민교육헌장 등 단일민족이라고 학생들에게 수도 없이 가르쳐온 기존의 국내 교육이 결국은 지나친 민족 중심주의를 갖게 만들었다”며 “이러한 사상이 교사들이나 친구들이 이주배경학생(다문화학생)들을 차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제도적인 미비점도 원인 하나로 꼽았다. 교육부의 다문화학생 교육지원이 소극적이라는 취지다. 한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차별을 하지 않도록 교육을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학교의 다문화교육은 다문화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기초학력을 올려주는 결핍과 보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다문화학생들이 2개 이상의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새학기를 맞은 경기도 수원시에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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