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엔/달러 환율이 20년 만에 1달러당 130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 약세가 가속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엔화 약세의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수출경합 감소, 원화 동반 약세 등으로 엔저 현상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세계 시장 수출경합도는 지난 2015년 0.487에서 2021년 0.458로 하락했다. 이에 앞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0.012 상승했지만, 이후에는 6년간 0.029 감소했다.
한·일 세계 시장 수출경합도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출 경합도는 두 국가 간 수출 구조의 유사 정도를 측정해 경합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경쟁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 하락은 양국 간 수출경합 품목이 축소된 것을 의미한다.
주요 시장에서의 수출경합지수도 미국(0.083), 중국(0.075), 아세안(0.016) 순으로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 플라스틱·고무제품, 가전제품, 자동차와 부품의 수출경합도가 세계, 미국, 중국, 아세안 시장 모두에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고서는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시점에 원화도 함께 절하되면서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4월 엔/달러 환율이 전년 1월보다 21.6% 상승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도 12.3% 오르면서 일본의 수출단가 인하 효과를 일부 완화했다. 올해 4월 우리나라 수출은 576억달러(잠정치)로 전년 동기보다 12.5% 증가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율, 수출단가, 세계 수요 등이 수출물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수출영향 실증분석에서도 엔화 환율은 수출물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엔화 약세가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조의윤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 수출 상품이 차별화되고, 제품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엔저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수출기업들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일본보다 우위에 있는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