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식물성 자원을 원료로 에너지원과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본격 추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3년부터 시작해 3개 단계로 진행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의 세부 로드맵을 11일 발표했다.
원료의 조달부터 기존 방식과는 차별성을 둔다. 기존 바이오 산업은 대두·옥수수·팜 같은 식용 자원에서 에너지원을 추출해 왔으나 산림파괴 등 부작용이 심각해졌다. 이에 기름 찌꺼기, 폐식용유, 땅에 떨어진 팜 열매 등 비식용 자원을 원료로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비식용 원료는 식용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제품 추출 방식도 촉매를 사용하는 대신 고온·고압 조건을 활용한 초임계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초임계 공법은 유해 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환경 친화적이고, 전처리 공정이 불필요해 투자비와 운전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다 이미 업계 최고의 정유 고도화 공정에서 사용하고 있어 운영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맵 1단계에 따라 2023년까지 대산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HVO는 비식용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유럽에서는 주로 친환경 경유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050탄소중립위원회에서 현재 3.5%인 바이오디젤 의무혼합비율을 8%로 상향하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국내에서도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로는 HVO를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 HVO를 HPC(석유화학분해시설)에도 원료로 투입해 바이오 기반 석유화학 제품까지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원료 조달이 용이한 인도네시아 등 해외 현지에 화이트 바이오 제조 공장을 직접 건설,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칼 사업을 추진한다. 2030년까지 연간 100만톤에 달하는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오일뱅크 화이트 바이오 로드맵. (자료=현대오일뱅크)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기존 정유 공정의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접목해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2030년까지 화이트 바이오,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 등 신사업 이익 비중을 7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바이오 연료 일정 물량을 유지하면서 자체 생산제품은 자급·수출용으로 소화해 상생을 도모해 나가기로 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