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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줄줄이 상장 철회…"안전하게 가자" 스팩합병 봇물
4월 스팩합병상장 심사 7건…5년 만 '최다'
입력 : 2022-05-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올해만 6개 기업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한파를 맞으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우회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냉정한 시장 평가를 토대로 공모가가 결정되는 일반적인 공모 절차와 달리 스팩 합병은 이미 IPO를 마치고 증시에 상장된 페이퍼컴퍼니와 합병 절차만 거치면 돼 리스크가 덜하다는 이점이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 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7곳으로 집계됐다. △비스토스 △모코엠시스 △밸로프 △트랜드아이 △윙스폿 △스튜디오삼익 △핑거스토리 △라온텍 등이 지난달 상장예심 청구서를 접수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라온텍이 상장 심사를 청구했다. 이는 2017년 6월(9건) 이후 최다 건수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최근 IPO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스팩 합병 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만 6개 기업이 IPO를 철회했으며, 최근 2주간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태림페이퍼가 줄줄이 IPO를 중단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올해 IPO 대어로 꼽힌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가 모두 상장을 철회한 점은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 밖에 보로노이와 대명에너지가 상장 계획을 물렀다.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한 배경으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가 주요하게 꼽힌다. 기업들은 IPO를 통해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그만큼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관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공모가를 받아들자 아예 상장을 포기한 것이다.
 
IPO 부담이 더 커진 중소형 기업들에게는 일반적인 공모 절차보다 리스크가 적은 스팩 합병 방식이 우회로가 될 수 있다. 일단 IPO의 경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적절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공모가를 확정해야 하는데, 이는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증시가 호황일 때는 기관들의 투자 심리가 활성화되면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증시가 부진할 때는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올해 IPO를 중단한 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기업 가치를 온전히 책정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상장에 재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반 청약 과정에서도 청약 미달이 나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반면 스팩 합병은 이미 자금조달을 마치고 증시에 상장된 페이퍼컴퍼니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평가 절하되거나 공모 미달이 나는 등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IPO에서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산정한다면 스팩 합병 상장에서는 스팩과 기업 간 합병 비율을 정하는 방식으로 가치가 책정되는데, 합병 비율은 기업과 스팩 주관사들의 재량권이 좀 더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 부담이 비교적 작을 수 있다"며 "증시가 불안할 땐 스팩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스팩이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로, 공모로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해 일단 투자자금을 모은 뒤 3년 이내에 비상장 기업 우량 기업과 합병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상장할 때 공모에 참여한 뒤 주식을 거래해 차익을 실현하거나, 나중에 스팩이 기업과 합병해 가치를 올릴 때 매각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해도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시장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올해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5개 기업들은 중 하인크코리아와 파이버프로는 각각 1만원대, 5000원대를 기록하며 스팩 공모가 2000원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하이딥의 경우 1485원까지 하락했다. 웨이버스와 누보는 각각 2215원, 2735원으로 2000원 공모가보단 높지만 상장 이후 고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 합병이 일반 IPO보다 부담이 덜하긴 하다 해도 시장이 안좋을 때는 가격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이 부분은 투자자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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