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성장현 현 용산구청장의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용산구청장 선거는 구의원 출신 대 구의원 출신이 맡붙는 지역 일꾼의 대결로 펼쳐진다.
용산은 최근 구청장 선거에선 민주 진영이 강세를 보였지만, 지난 총선과 재보궐선거, 대선을 모두 보수 진영이 승리했다. 용산은 서쪽 지역과 동쪽 지역의 빈부격차가 큰 편인데다 서울역, 용산역을 중심으로 대형 개발사업이 십수년째 이름만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식 용산구청장 후보와 국민의힘 박희영 용산구청장 후보가 각각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각 후보)
양 당은 차기 용산구청장으로 각각 지역 일꾼을 내세웠다. 지역 주민들의 개발 욕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정책과 행정에 잘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 모두 구의원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김철식 후보는 3선 용산구의원으로 용산 토박이다. 법학박사이며, 정보통신기술자이기도 해 지역에서 많은 사회단체활동을 한 장점을 갖고 있다. 구의원을 12년의 풍부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구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했다.
김 후보는 ‘구민 행복도시’를 내걸고 있다. 이를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조속 개발 추진, 용산공원의 온전한 국가생태공원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용산정비창 부지 청년주택 1만세대 건립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주민의 목소리를 우선해 정비창 부지 내 청년주택을 최소화하고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지역 일꾼, '무주공산' 두고 격돌
이에 맞선 국민의힘 박희영 후보 역시 2014~2018년 용산구의원을 지낸 이력이 있다. 박 후보는 권영세 의원 정책특보, 용산구당협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정책실무를 경험했다. 박 후보는 구의원 시절부터 용산의 16개동 골목골목을 다니며 주민을 만나온 만큼 구민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박 후보가 내세운 용산의 도시경쟁력은 자치구-서울시-국회-중앙정부로 이어지는 정책공조다. 권 의원, 오세훈 시장 후보, 윤석열 대통령에까지 구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용산정비창 국제업무단지 개발, 철도 지하화, 신분당선 조기 착공, 문화관광벨트 추진, 교육특구 조성 등을 공약했다.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한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자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무실 이전' 두고 입장 180도 달라
두 후보 모두 지역 이해도가 뛰어나고 용산정비창 조속 추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갈린다.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이사 온 집무실은 현재 용산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박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용산구에 큰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반환과정을 겪고, 수차례 정치권에서 주택 공급부지로 넘보던 용산공원이 공원으로 온전하게 조성해졌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는 “용산공원이 조속히 조성돼 용산정비창의 배후단지 역할을 하면서 용산은 홍콩을 대체할 국제금융허브로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라며 “동서와 남북으로 끊어진 도로와 철도가 다시 연결되고 철도지하화를 통해 지상공간을 재창조하면 대한민국의 중심, 세계 속의 용산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이후 재산권 제한과 집회·시위에 따른 용산구민들의 피해에 대해 용산구청장으로서 어떤 대책과 대응을 할 것이냐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공약보다도 ‘용산을 대통령실로부터 지키겠다’가 가장 큰 공약이라고 할 정도다. 구민의 권익 보호를 우선해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김 후보는 “대통령실 주변의 소음 및 생활권 침해는 현실이 된 상황이다. 집무실 영내 헬기장 운용으로 용산 일대에 심각한 소음이 우려된다”며 “제가 용산구청장이 된다면 구청장이 할 수 있는 권한을 총동원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용산구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민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