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코너에 진열된 헤열진통제 타이레놀(사진=CU)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편의점과 약사계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놓고 대립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은 상비약 품목 확대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적 기능 수행 차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약사계는 오남용과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4시 운영되는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2012년 약사법이 개정되고 해열진통제(타이레놀 등), 감기약(판콜 등), 소화제(훼스탈 등), 파스류 등 4개 부문 13개 품목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20개까지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판매 장소는 편의점 등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장소'에 한정된다.
편의점은 상비약 품목 조정 및 확대 목소리를 낸다. 약사법이 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편의점 상비약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은 13개로 그대로다. 소비자의 상비약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비약 품목 중 중복되는 것을 빼거나, 지산제, 제산제, 화상연고 등에 대한 신규 효능군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보직부가 2016년 최상은 고려대학교 교수팀에 의뢰해 추진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 시행 실태조사'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 72.9%가 '공휴일 및 심야 시간에 의약품 필요'를 꼽았다. 편의점 상비약 구매 시간대 비율은 '오후 6~9시'가 23.8%, '오후 9시~다음날 오전 9시 이전'이 50.7%로, 일반 병원이나 약국 문이 닫았을 때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편의점이 판매 수익을 늘리기 위해 상비약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편의점 업게는 상비약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하다며 상비약 판매를 돈벌이에 보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낮이면 약국을 가겠지만 심야나, 당장 병원도 갈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늘리자는 것"이라며 "24시간 영업한다는 편의점 업태 특성을 활용하면 사회적 역할과, 공적 기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한 약사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약사계는 전문가인 약사에 의해 약품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오남용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품목 확대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한 이후 국내 타이레놀 판매량이 증가했는데, 이는 편의점 등 일상 속에서 상비약을 쉽게 접하면서 오남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편의성 향상을 위해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라면 종국에는 20개까지 늘리려고 할 텐데, 그럼 그때는 소비자의 상비약 접근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공공심야 약국을 더욱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하다 보니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논의를 위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지난 2018년 8월 6차 회의를 끝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라면, 이를 판단할 기준은 소비자다"라며 "우선적으로 국민이 품목 확대를 원하는지 살피고 그에 맞춰 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