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임금피크제 시행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란 대법원 판단에 대해 경영계가 "고용 불안이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우려를 제기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26일 "임금피크제는 연공급제하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를 무효로 하면 청년 일자리, 중장년 고용 불안 등 정년 연장의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이 줄소송 사태와 인력 경직성 심화로 기업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이날 논평에서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 간 합의로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번 판결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돼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면서 동시에 노사에게 임금 체계 개편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고, 이에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러한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면서 산업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모든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별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와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더욱이 연령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은 '특정 연령 집단의 고용 유지와 촉진을 위한 조치'는 연령 차별로 보지 않고 있다"며 "특히 법은 2016년 1월부터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면서 그 대안으로 임금 체계 개편을 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임금피크제는 임금 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고용 불안,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향후 관련 판결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법의 취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내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17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안정성 인정 전 시술한 '맘모톰(진공흡입기 등 이용 유방종양절제술)' 관련 A보험사의 B의사에 대한 실손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A씨가 국내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연구원은 노조와 합의해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A씨는 2011년부터 적용받았다.
하지만 A씨는 임금피크제로 직급이 2단계 떨어지고, 역량 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받았다면서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달라고 연구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특히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은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4는 '사업주는 모집·채용,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과 복리후생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 4조의5는 △직무의 성격에 비춰 특정 연령 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근속 기간의 차이를 고려해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특정 연령 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 조치를 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연령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