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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자를 공부한다는 것
입력 : 2022-05-30 오전 6:00:00
언젠가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옥편을 갖고 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요즘의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자 공부를 쉽게 공부할 수 있을까'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강의의 성격상 한자를 모르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자를 알아야 우리나라 말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옥편이 무어냐고 묻는 학생도 있었고, 옥편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어도 집에 옥편이 없다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이렇게 한자는 일상에서 불편한 존재로 우리와 같이 호흡하고 있다.
 
누가, 한글만 잘 알면 되지 한자까지 알아야 하냐고 반문을 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말을 잘 안다는 것과 한자를 안다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한국어를 구성하는 어휘의 약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를 한자로 풀어서 설명해주면 이해를 돕는 데 수월하게 작용하지 않는가. 그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글이 가진 절대적인 우수성을 깎아내리는 행위가 아니다.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2021년 4월,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저하 요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중복 응답)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해서"(16.6%)와 "학교 교육에서 어휘 교육을 소홀히 해서"(13.9%)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내가 대기업에서 한자시험 출제위원을 몇 년간 한 적이 있다. 당시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면접과 함께 별도로 한자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국제화', '세계화'를 지향하던 사고가 꽃 피던 시절, 한자가 필요했던 것으로 회고된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의 동아시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화가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쌀, 불교, 유교, 그리고 한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한자는 세 나라의 문화적 유대와 교류에 중요한 바탕이다. 
 
우리가 정한 상용한자는 1800자. 일본은 2136자다. 2010년까지는 1945자였는데, 주로 글자체가 바뀐 경우가 대부분. 다시 말해서 한국인이 우리가 생활에서 쓰는 상용한자를 알면, 일본에서 쓰는 한자를 이해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한자 2500자를 알면, 일상생활에 쓰이는 한자 대부분이 해결된다는 문장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쓰는 상용한자 1800자로 일본, 중국 두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산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몇 년 전에는 동아시아 세 나라가 모여서, 한자 808자를 공통한자로 지정한 사실도 있다.  
 
대한민국은 새삼 통계를 내밀지 않아도 교육열이 높은 나라, 고학력 국가다.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신문에 나오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한자교육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식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더욱 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한자를 쉽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좋은 사고다. 미래지향적 사고다. 우리말의 약 7할이 한자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자는 암기과목이라서 그때그때 잠깐 외우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와 같이 일상에서 호흡하는 문자다. 만 17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 갖고 있는 주민등록증에도 한글과 한자가 병기되어 있다. 자신의 이름을 한글과 영어표기는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데, 한자는 잘 쓰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그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우리가 한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말을 잘 이해하는 중요한 방식의 실천일 뿐이다. 다만, 지나치게 어려운,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지도 않은 한자를 다용하는 것도 당연히 지양해야 한다. 그런 행위가 일반 사람들에게서 한자를 멀어지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자와 우리와 편안하게 동행하는 길, 그런 일상을 꿈꾼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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