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005380)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세계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미국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강성으로 불리는 노조의 투쟁 강도가 높아 예년보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미국 투자에 대해 고용 안정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할 경우 자동차 생산 일자리는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꾸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 등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고숙련되고 헌신적인 미국 노조 조합원들과 파트너쉽을 구축함으로써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한국기업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국민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현호 현대차 노조지부장이 지난 25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2022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현대차 노조)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교섭 주도권 확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강성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임단협 초반부터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다는 이야기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것은 강성 노조를 피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에서는 노조 반대에 가로막혀 미래차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첫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지만 양산 전부터 진통이 이어졌다.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라인에 근로자를 얼마나 배치해야 할지 정하는 맨아워(man·hour)를 두고 노사 간 협의가 지연된 것이다. 실제 현대차의 단체협약에는 신차나 부분변경 모델을 양산하기에 앞서 노사가 맨아워 협의를 거치도록 명시돼 있다.
갈등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40% 적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인력을 적게 배치하면서 생겼다. 생산 차종이 달라지면서 근로자의 일감도 줄었는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용 유지와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노조의 몽니가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장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반면에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공장은 국내 현대차 공장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노조나 파업 이슈가 없고 평균 임금도 낮아 미국 등에 수출할 차량은 무조건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
다만 현대차도 '무노조' 운영을 이어왔던 미국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노조 정권을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가 관련 정책을 밀어붙이고 미국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하면서 테슬라와 아마존 등에서도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