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고유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증산까지 더해지고 있다. 가까운 시일에 반등이 가능할 지 시장 전망이 엇갈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M(스타이렌 모노머) 대비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수지) 스프레드가 300달러대로 축소함에 따라 점차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고유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증산까지 더해지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의 지난달 홍보 영상에 나온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모습. (사진=롯데케미칼 유튜브 캡처)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에 쓰이는 고부가 합성수지 ABS는 60%를 차지하는 SM과의 스프레드(판매가에서 원재료 가격 제외한 값)가 중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업체들이 이번달 들어 생산량 축소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ABS 스프레드 감소 요인으로 공급을 꼽았다. 수년간 지속됐던 높은 수익성이 중국의 증설 프로젝트 및 출회(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로 이어지면서 올해 스프레드가 지난해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공급량 증가의 여파는 아시아 역내 석화 제품 전반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국내 업체들의 증설로 역내 에틸렌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가 강세 지속으로 역내 나프타 대비 폴리올레핀(PO) 스프레드 추정치가 손익분기점을 최근 하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오는 2023년까지 중국 에틸렌 신증설 물량은 2200만톤으로 기존 대비 약 88%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LG화학, GS칼텍스, 현대케미칼, 여천NCC,
대한유화(006650) 등의 크래커 신증설도 역내 공급 과잉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역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PP(폴리프로필렌) 순증 물량은 각각 230만톤, 410만톤으로 상반기 대비 27.8%, 95.2% 증가해 과잉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말 나프타 대비 PP(폴리프로필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 450달러 밑인 249달러 수준이라 특히 심각하다"면서 "PP는 경기관련 선행 제품이라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단시일 내에 국내 석화 업황이 저점을 통과할지 여부는 시장에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교보증권은 하반기 높은 해상 운임 수준이 완전하게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급격한 시황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내렸다. 운임이 높아진만큼 미주 지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막히는 것이고, 이 상태에서는 중국 PP·폴리에틸렌(PE) 수출량 및 생산능력 증가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올해 내에 업황이 바닥을 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락다운 해제로 인해 수요가 회복될 것이고 공급은 올해가 '피크'"라며 "내년에는 전력 사용 등 유틸리티와 운송비 등을 판가에 전가하고 나프타가 조금만 하향 안정화할 경우 시장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체들은 악조건 중 유가라도 안정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기반 석화사는 유가를 가장 먼저 봐야 하는데, 좀 떨어지는 듯 싶다가 최근 (배럴당) 120달러로 올라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