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구글이 6월1일부터 자사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은 구글플레이에서 퇴출한다는 정책을 적용한 가운데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미온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이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발표한 뒤 한 달이 지나 뒤늦게 조사에 나서 이미 국내 업체들이 백기를 든 상황인 데다 방통위의 규제 적용까진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고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인상하면서, 콘텐츠 서비스 이용요금도 일제히 인상됐다. 웨이브, 티빙, 시즌 등 OTT 업체와 플로, 바이브 등 음원 플랫폼들은 이용권 가격을 13.9~16.7%가량 인상했다. 웹툰과 웹소설 유료 구매 시 사용되는 네이버웹툰의 '쿠키'와 카카오웹툰의 '캐시'가격은 20% 올랐다. 아웃링크 결제가 막혔고,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쓸 경우에는 구글 수수료뿐 아니라 카드사나 결제 대행 업체에도 등에도 수수료를 내야 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구글플레이 콘텐츠 이용요금 인상 사례.(자료=방통위)
방통위는 지난 4월 5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이 '인앱결제강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유권 해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법적인 효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구글발 가격 인상은 현실화했고, 방통위는 한달 여를 넘긴 지난달 17일이 돼서야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구글의 위법 행위를 확인하더라도 구글이 법안의 쟁점을 두고 행정소송으로 맞서면 실질적인 조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앱 개발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복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 처분 사항에 있는 집행 정지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방통위가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방통위는 '사후조사' 타령만 하며 자신들의 의무를 내팽개치고, 힘없는 창작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부처의 사활을 걸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공정위와의 협업과 해외 규제기관과 공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후반기 원구성 직후 전체 회의를 열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특정한 결제방식 외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앱을 삭제·차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구글은 인앱 결제 내 제3자 결제를 허용해 구글 갑질 방지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법률로 수수료를 규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와 달리 방통위는 빅테크 기업과 공정 경쟁과 관련된 위법 행위를 다룬 경험이 거의 없는 데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인앱 결제 강제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업체가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어 공정위 역시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근 인앱결제와 관련해 공정위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