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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내부통제 강화, 남의 손 빌릴 텐가
입력 : 2022-06-08 오전 6:00:00
금융권에서 '내부통제 강화'만큼 매년 회자되는 말도 없을 듯하다. 채용비리부터 사모펀드 부실 판매에, 최근 임직원의 횡령 사건까지 터지는데 내부적으로 내부 위험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 의식이다.
 
일부 직원의 일탈이냐 시스템의 허점이냐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 직원이 마음 먹고 부당 행위를 저지르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소비자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금융사는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문제 의식도 있다. '닭이 먼저냐 아니면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질문으로 귀결되는 문제일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금융 사고가 터질때마다 금융사들이 해결책으로 내놓는 단골 메뉴는 내부통제 강화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인식을 들어보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던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의 경우 특혜 채용에 가담한 인사 담당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난 듯 하다. 그러나 특혜를 입고 채용된 사람에 대한 사후 처리와 부정 채용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구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의 고유 권한으로 학력과 지역, 성별 기준으로 채용 제한을 뒀다고 정당화하기 바쁜 모습이다.
 
사모펀드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대해 최종적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는게 맞는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사가 부실 판매한 피해 금액 보상에 대해선 당국의 권고를 따르겠다면서도 CEO의 책임을 따지는 문제는 법원의 면죄부를 기대고 있다.
 
최근 은행권 횡령 사건의 경우 내부적으로 매우 작은 사건이 침소봉대됐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금융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여론의 뭇매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일반 기업에서 횡령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횡령 금액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국회에 잠자고 있는 이른바 '내부통제 강화법'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이 법안에는 금융사 CEO와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 등이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기준 준수를 점검하고 만약 관리 의무를 소홀히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임원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금융사 CEO를 제재할 수 있는 내부 징계 방안 등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금융은 고객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다. 금융업황이 맑지 않더라도 호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믿음이 있어서다. 임직원을 강하게 처벌하는 내부통제 강화법에 대해 갑론을박이 치열한 것도 그만큼 금융업의 자정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요구를 과민 반응으로 치부할 경우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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