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침묵 끝에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예고했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직접적으로 밝히는 대신 "국민과 당원의 뜻"으로 답을 대신했다. 계파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과 당원 뜻을 묻겠다는 것으로, 당내에서는 출마 예고로 받아들였다.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 출마라는 당초 계획대로 움직이면서, 당내 갈등은 친문 대 친명에서 친명 대 반명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 의원은 '반성'보다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앞서 정성호, 김남국, 민형배, 정청래, 김용민 등 이 의원 측 의원들이 친문 중심으로 제기된 책임론에 강하게 반발할 때부터 사실상 예견된 행보다. 문제는 친문과 친명,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립파와 쇄신파까지 이 의원의 책임론에는 동조, 전당대회가 친명 대 반명 구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의원이 당대표에 오르더라도 씻기 어려운 상처가 된다.
이 의원은 7일 오전 21대 국회의원으로 의원회관에 첫 발을 들였다. 앞서 이 의원은 6·1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다만 그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휘했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 책임론에 휩싸였다. 특히 친문을 중심으로 책임론이 강하게 고개를 들면서, 이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안으로 떠올랐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등 원로들과 함께 박용진, 조응천 의원 등 비주류 쇄신파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은 이 의원의 명분 없는 계양을 출마를 탓하며 '자생당사'(자기만 살고 당은 죽었다) 한목소리를 냈다. 당과 사전협의 없이 내건 김포공항 이전 공약도 이기적 정치라는 질타의 대상이 됐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첫 등원을 기다리던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서서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또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의원으로서 각오를 먼저 전했다. 기자들이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묻자 "제가 국회 0.5선, 초선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본다"면서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대신, 6·1 지방선거 참패로 빚어진 친문과 친명 간의 계파갈등 수습 방안을 답하는 과정에서 "저는 정치에서 국민과 당원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은 국민들이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의 기준을 계파가 아닌 국민과 당원 여론에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의원을 향한 팬덤정치도 여전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출마를 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지지층의 여론을 바탕으로, 당내 계파갈등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홍 소장은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친문 진영에서는 이 의원이 ‘출마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해야 ‘반명’ 전선을 구축해 싸워볼 수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이 의원이 말려들지 않으려 직접적인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이 의원의 핵심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은 국회의사당 정문 담장 인근에 화환 60여개를 줄줄이 세우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화환에는 ‘경력직 신입 국회의원 이재명’, ‘5년 후 청와대로 돌려주세요’, ‘이재명 건드리지 마라’ 등과 같은 문구가 적혔다. 이들은 ‘이재명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한 친문 홍영표 의원을 정면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이들은 홍 의원의 지역사무실에 대자보를 붙이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홍영표 의원님이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고 중증 애정 결핍이 심각한 것 같다”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6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방선거에 패한 큰 원인 중 하나가 이 의원이 계양에 나서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이게 결정적이라는 것을 저는 일반적 평가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를 이 의원 지지층에서 ‘치매’라고 되받아친 것이다.
친문과 친명 간의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자 당내에서는 ‘네탓 공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비주류 쇄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양쪽 다 책임이 있다”며 “어느 쪽이 득세를 해서 당권을 잡아도 민주당이 쇄신과 반성을 했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친문, 그들은 5년 집권 기간 동안 뭐 했느냐”며 “국민통합을 염두에 두지 않고 패권적으로 당을 운영해서 결국 민심이 떠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또 친명을 겨냥해 “대선 패배 후 비대위 인선이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 강행으로 완전히 질려버렸다"며 "송영길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차출하고 이 의원은 계양으로 가고, 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거는 등 실책을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도 전날 JTBC방송에 출연해 “대선, 지선은 누가 뭐래도 이 의원이 전면에 나섰다. 그러면 이 의원과 이 의원과 가까운 분들이 먼저 대선과 지선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다고 스스로 반성하는 것을 내놓고 의견을 보태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면 문재인정부 5년은 또 잘했냐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친문 의원들이 과연 국정운영과 당운영을 잘했냐, 이 점에 책임있는 친문 의원들이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의원과 대척점에 섰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국했다. 1년간 미국에 머물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정계 조기 복귀로 후폭풍에 휩싸인 이 의원과 대비되는 행보를 통해 다음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이날 공항에 배웅을 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어떤 사람은 경멸하고 증오한다. 이것을 여러분이 존중과 사랑으로 이겨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어떤 사람은 저주하고 공격한다. 그것을 여러분이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과 정의, 열정과 상식이 승리한다고 저는 믿는다"고 했다. 다만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