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인사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친문의 날 선 공세에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당의 화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친문(문재인)과 친명(이재명) 간 극심해진 당내 계파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확전보다는 숨 고르기를 통해 8월 전당대회에 나서겠다는 수순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에게 문자폭탄 등 강성 행동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비호감 지지활동이 저는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은커녕 해가 됨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개딸들을 향해 "국민은 지지자들을 통해 정치인을 본다. 이재명의 동료들은 이재명다움을 더 많은 영역에서 더욱 많이 보여주시면 좋겠다"며 "민주당의 권리당원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고, 민주당의 가치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는 것이 여러분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참패 후 '이재명 책임론'을 집중 거론한 친문 홍영표 의원에게 욕설 등 인신공격으로 채워진 문자 메시지를 1000통 이상을 보내고, 지역구 사무실에 3m 길이의 비난성 대자보를 내건 개딸들의 의식 있는 행위를 권고한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붙은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 대자보는 3m 길이의 대자보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내용과 함께 치매센터 번호가 쓰여있는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글이 적혀있다. (홍영표 의원실 제공, 뉴시스 사진)
이같은 이 의원의 행동은 지방선거 패배 이후 계파 싸움에 치중하는 다른 당권 주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해당 글이 올라오기 이전까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유력 경쟁자 홍영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언론과 전문가 또 우리 당원들의 다수의 의견도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공천, 이재명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가 (지방선거) 큰 패인 중에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이재명 책임론을 재차 꺼내며 대비를 이뤘다.
이 의원의 이번 중재는 계속된 계파 갈등으로 당이 혼란에 빠질 경우 개인적으로도 득 될 게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당내에서 최근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 김종민 의원은 지난 7일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재명이냐, 친문이냐를 따지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 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자신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잔뜩 웅크린 채 침묵을 지켰다. 7일 의원으로 첫 국회 등원을 시작한 후 이튿날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의 회동이 유일한 공식 일정일 정도다. 9일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비공개로 지역 일정 등을 소화했다. 자신을 향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외부와 활발한 소통을 이어갔던 지난날과 다른 모습이다.
이 의원이 숨죽이고 있지만, 결국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 다수 의견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상호 비대위가 출범했는데, 결국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게 될 것이고, 당선돼 향후 당권을 휘두르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8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의)당 대표 출마를 저는 100%로 본다. 현재로는 (당선이)가장 유력하다고 본다"며 "이 의원의 계양을 출마 자체는 당 대표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